[단독] '엘리베이터 전단지 훼손' 여중생 범죄자로 몰아간 용인동부경찰서…사과 한마디 없어

2025.02.18 14:58:58 7면

여중생 A양 경찰 수사 후 정신적 고통 호소
"직접 사과 안했지만 사과문 게시…반성 중"

 

용인동부경찰서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불법 광고 전단지를 뜯은 여중생이 무혐의 판단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로부터 과잉수사를 받아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지만 아무런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용인동부서는 지난해 5월 용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뜯은 여중생 A양을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하고 같은 해 8월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고, 경찰은 10월 25일 불송치 결정했다.

 

이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났지만 용인동부서는 현재까지 A양과 그의 가족에게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김종길 용인동부경찰서장이 용인동부서 홈페이지에 경찰 수사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기재되자 댓글을 달며 사과를 하는 모습과는 대비된다.

 

A양의 부모 B씨는 "강압수사로 피해를 입은 우리 딸과 가족에는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이렇게 시민을 등지는 모습을 보이니 더 이상 경찰을 믿을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B씨에 따르면 사건 당시 경찰은 "너가 그랬지?", "너는 범죄자야"라며 강압적인 태도로 수사를 이어갔다. 결국 A양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몸을 떨며 공포를 느끼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사건 후에도 '나는 경찰 수사를 받아서 좋은 학교에 갈 수 없다'며 공부를 그만두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당시 A양은 우수한 성적으로 관내 특수목적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심지어 김 서장은 B씨와의 만남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 사건 이후 아파트 입주민들과 김 서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으나 직원은 '서장이 자리에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수상함을 느껴 서장실에 직접 들어가니 김 서장이 서장실에 있었다고 전했다.

 

경정급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수사 등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사과를 하고 있다"며 "무혐의 판단이 나왔다고 사과해야 하는 규정은 없지만 당사자가 여중생이고 수사 명분이 없었던 만큼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전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강압적인 모습으로 어린 여중생을 두려움에 떨게 했는데 어떻게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는가"라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여전히 발생한다는 것은 경찰이라는 조직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용인동부서 관계자는 "현재 A양의 가족이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하면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지 않겠나"며 "용인동부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는 등 방식으로 사과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지는 등 용인동부서는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지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보다 나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찰이 되기 위해 반성하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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