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가계빚이 41조 8000억 원 늘면서 2021년 이후 연간 기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택 가격 상승세에 힘입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현상이 이어지며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신용은 1927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조 8000억 원(2.2%) 증가했다. 1년 전(17조 9000억 원)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로 지난 2021년(133조 4000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에는 전분기보다 13조 원 늘었다. 3분기 연속 증가세지만 전분기(18조 5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전기대비 증가 증가율은 0.7%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 10조 6000억 원 늘어난 1807조 원을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증가세지만 전분기(16조 7000억 원)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분기별 가계대출은 지난해 1분기 8000억 원 감소한 이후 2분기와 3분기 각각 13조 3000억 원, 16억 7000억 원 늘었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1123조 9000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11조 7000억 원 증가했다. 주택매매 거래가 감소한 영향으로 전분기보다는 증가폭(19조 4000억 원)이 줄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3분기 14만 2000가구에서 4분기에는 11만 4000가구로 줄었다.
기타대출은 2조 7000억 원 감소에서 1조 2000억 원 감소로 줄었다. 증시 부진에 따른 증권사의 신용 공여액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신용공여액 감소폭도 지난해 3분기 3조 2000억 원에서 4분기에는 1조 8000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7%에서 -6.6%로 낙폭이 커졌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1국 금융통계팀장은 "4분기 가계대출은 3분기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는데 주택 매매거래가 7월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인 영향과 9월부터 스트레스DSR 시행 등 거시건전성 정책 및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 관리 영향이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은 주담대 증가폭이 축소되면서 3분기 22조 7000억 원에서 6조 9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줄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경우 3분기 1조 7000억 원 감소에서 4분기 6조 원 늘어 증가로 전환했다. 주담대 증가폭이 확대되고 기타대출 감소폭이 축소된 영향이다. 기타금융기관의 대출 감소규모도 3분기 4조 3000억 원에서 4분기 2조 4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한은 측은 당분간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세를 예상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가계신용은 연간 2% 증가했지만,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명목GDP는 6% 이상 성장해 가계부채 비율은 3년 연속 하향 안정화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주담대는 이에 선행하는 주택 매매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가 안정될 것"이라며 "올해는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 등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지속에 당분간 가계부채 안정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