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려한 사태가 발생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죄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52일 만에 석방되었다. 판사는 윤의 구속 시간이 초과하였다며 구속취소를 결정했고, 대한민국의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석방하였다. 검찰총장은 7일 이내에 항고해서 다시 한번 상급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수 있었음에도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을 들어 석방지휘를 강행했다.
도대체 지금까지 범죄자들의 구속 기한을 산정할 때 날짜 기준으로 하다가 갑자기 윤석열에게만 시간을 기준으로 적용한 것은 무슨 연고인가. 일부 언론에서는 잘못된 관행을 깨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왜 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앞으로 기존에 잡아들였던 모든 범죄자가 날짜가 아닌 시간 기준으로 해서 구속해야 한다면서 재심 신청하면 모두 석방할 것인가. 교도소마다 대혼란을 초래될 전조를 보이자 대검은 서둘러 앞으로는 날짜를 기준으로만 삼으라고 검사들에 지시했다. 결국 한 사람만을 위한 법적용이었다. 판검사들은 도대체 왜 여론과 이렇게 동떨어진 판결을 내린 것일까. 그들 모두 배울 만큼 배웠고 아니 최고의 엘리트들인데 왜 국민의 상식과 이렇게 다른 것일까. 영화의 대사처럼 “어차피 국민은 개돼지야. 금방 잊게 되어 있어”를 실천하는 것인가.
법조계 엘리트들은 법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일컫는다. 그들이 내리는 판단과 판결은 도덕의 잣대가 되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부와 사회적 지위 그리고 명예가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슈퍼·울트라 엘리트로 불리는 한국 법조계는 다음의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특정 대학 출신이 70% 이상을 차지해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을 형성한다. 둘째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의식이 강해서 자신들이 갖는 특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셋째는 행사하는 권력에 책임은 없고 잘못된 판단에도 결코 사과하지 않는다. 물론 선진 국가도 특정 대학 출신이 상당수이지만, 카르텔도, 특권의식도 약하고 행위에 대한 책임은 매우 엄격하다.
안타깝게도 우리 법조계 엘리트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깊이 있는 철학을 발견할 수 없고, 정서적으로는 나약하고, 정치적으로는 매우 비겁하기까지 하다. 그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 12.3 내란사태에서 보인 그들의 행태다. 그날 이후 국격의 추락과 함께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마감시키고 끊어내야 할 역할은 전적으로 사법 시스템의 엘리트들에게 있다. 그러나 수사와 영장 청구, 석방 조치까지 보여준 모습은 비겁함 그 자체였다. 어떤 법조인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것은 잘못된 행위야. 엄단해서 후사의 모범이 되게 해야 해!”라는 단호함을 보인 인물이 기억나질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법 지식을 교묘하게 해석, 합리화하여 내란범들에 협조하고 있다. 이 정도면 법 수호자가 아니라 법 기술자, 법꾸라지들이다.
오늘 법조계의 엘리트들이 가지고 있는 ‘나는 국민과 다른 세계 그리고 오류가 없다’는 선민의식은 학교 교육시스템에서 시작되었다. 오로지 성공, 경쟁만이 최고인 한국 교육이 존재하는 한 희망은 없다. 퇴계 선생이 왜 학문은 명성과 칭찬만을 구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니라 자신을 깨닫고 닦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고 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백골난망이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았는데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