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지역의 경제 상황이 올해 1분기 들어 다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2·3 계엄 사태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향후 경기도 경제는 제조업 생산 회복세에 힘입어 소폭 개선될 전망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하방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국내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내수 회복세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24일 발간한 '경기도 지역경제보고서(2025년 3월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기도 경제는 전분기 대비 소폭 악화했다.
12·3 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내수가 위축된 가운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생산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4분기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의 경우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동률이 유지됐으나 HBM 위주의 생산이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생산이 소폭 감소했다. 자동차는 부품사 임금협상 지연에 따른 공급 차질, 전년도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생산이 소폭 줄었고, 디스플레이 생산 역시 IT 전방수요 부진의 여파로 소폭 감소했다.
향후 제조업 생산은 1분기보다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신차 생산을 위한 신규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자동차 생산이 소폭 증가하고, 디스플레이도 신제품 출시에 따른 중소형 OLED 패널 수요 확대로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전분기보다 소폭 줄었다. 숙박·음식점업은 폭설·한파 등 기상 여건 악화로 유동인구가 줄고, 정치 불확실성 확대 및 높은 외식물가로 인해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소폭 감소했다.
운수업 역시 수출이 둔화되면서 화물물동량 증가세가 꺾여 소폭 감소했고, 부동산업도 대출규제에 따른 주택거래 둔화로 감소세를 보였다. 도소매업의 경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대형소매점 매출이 크게 반등했으나 온라인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금융여건이 완화되면서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은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공급 과잉에 따른 부동산경기 부진 및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확산에 따른 교역 위축으로 전체 서비스업 생산은 1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소폭 감소했다. 재화소비는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으나 서비스 소비가 뒷걸음질 친 탓이다. 특히 폭설, 한파 등 기상여건 악화로 여객운송이 줄며 운수업 소비가 감소했고, 소비심리 악화로 숙박·음식점 소비도 줄어들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4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의 자동차 투자가 소폭 늘었으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투자는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불확실성 및 수주 위축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특히 높은 건설공사비와 분양시장 수요 위축 등으로 건설업체들의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신규 분양과 수주 모두 부진한 모습이다.
1분기 수출의 경우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가전제품 수요 감소, 중국의 패널 공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소폭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범용 메모리반도체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AI 서버투자에 따른 고성능 반도체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분기의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동차 역시 보합세를 보였다.
1~2월 중 경기지역의 월평균 취업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만 3000명 증가해 전분기(4만 5000명)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소비자물가(월평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2%를 오르며 상승폭이 커졌다.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높아진 영향이다.
같은 기간 월평균 주택매매가격은 전분기 말월 대비 0.09% 떨어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미분양주택이 누적되는 등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규제 강화, 대출금리 상승으로 주택매수심리가 약화된 영향이다. 전세가격의 경우 전분기 말월 수준을 이어갔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