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콘클라베를 아십니까

2025.05.12 06:00:00 13면

 

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셨다. 그는 인간이 공수래공수거임을 몸소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신던 낡은 구두에 철제 십자가, 소박한 흰옷을 입고 장식이 없는 관에 누워 계셨다.

 

가슴이 찡한 이 영적 지도자의 장례 기간 동안 한국에서는 정치적 암투가 또 벌어졌다. 한덕수와 김문수 단일화 방식을 놓고 국힘의 한 의원이 새 교황 선출방식인 ‘콘클라베’를 거론했다. 이에 한 정치 평론가는 콘클라베가 무엇인줄 아느냐? ‘걸어 잠그다’라는 뜻이라며 말미를 흐렸다. 이 불편한 장면들을 목격한 필자는 콘클라베의 진정한 의미를 독자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클라베는 어원적으로 라틴어 ‘cum clave’에서 유래한 ‘밀폐된 방’을 의미한다. 가톨릭교회에서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 추기경들은 투표 기간 격리된 방에서 지내야 한다. 전통적으로 추기경들은 투표 과정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된다. 이러한 고립은 교황청회의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통해 교황청회의 신성하고 심의적인 성격이 강조된다. 스페인 왕립 아카데미에 따르면,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열리는 추기경 회의로 정의된다. 이는 고립의 물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그 과정의 영적, 의례적 의미도 포함된다.

 

이 의식의 역사는 유구하다. 12세기 중반에 시작되었지만 1274년 교황 그레고리 10세에 이르러서 헌법 ‘우비 페리쿨룸’에서 정식 규칙에 포함되었다. 이 방식은 교황 선출에 대한 국가의 간섭에 맞서 교회의 자유를 보존할 수 있게 하였다. 비록 심의가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더라도 말이다. 한 예로 1241년 추기경들은 선거가 길어짐으로써 한여름 70일 동안 셉티조니움에 갇혔고, 이로 인해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인 로베르토 디 소메르코테스 추기경이 죽었다. 그럼에도 이를 고집한 이유는 어떤 외부 압력도 투표에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콘클라베는 교황이 사망하거나 사임한 후에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추기경단은 회의를 열어 추기경 회의의 날짜와 규칙을 정한다. 선거는 공식적으로 개회 미사로 시작되며, 그 과정에서 신의 인도를 구하는 기도를 드린다. 이 의식은 조직적인 차원을 초월하여 신성함을 탐구하는 행사의 영적인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콘클라베 동안 바티칸 궁전의 모든 창문은 어둡게 커튼이 드리워졌고 최근 몇 년 동안 설치된 모든 기술 장치와 센서가 비활성화 되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준비된 200개의 객실 중 일부 창문은 대면 접촉을 없애기 위해 일시적으로 닫혔다. 이렇게 폐쇄된 추기경들은 신문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심지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콘클라베의 의미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해 왔다. 하지만 그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 가톨릭교회 내에서의 단결과 집단적 결의의 상징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콘클라베는 우리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분열과 야합이 아닌 결속과 신성함을 의미한다.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콘클라베를 두고 이렇게 아전인수격 해석을 해댄 국힘의 대선판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으로 이루어진 대선정국이건만 그들은 일말의 각성도 없다. 구태의 옷을 언제나 벗으려는지? 심장이 천근만근이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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