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에서 세계 최고로…'기원 위스키 증류소'

2025.06.23 06:00:00 16면

한국적인 풍미가 담긴 토종 위스키로 각종 국제 대회 수상
보리도 키우고,국내 술도가와 협업하는 등 한국적인 위스키에 공들여
장인과 함께 도전 정신으로 … 돈·시간·품질과는 타협 불가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사인 '기원(KI ONE) 위스키 증류소' 도정한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지난 20일 회사를 찾았다.

 

'기원(KI ONE) 위스키 증류소'가 자리잡은 곳은 남양주 백봉산 산자락이었다. 운전 중에도 말발굽 모양의 분지 형태같은 지형을 보면서 “남양주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하며 비탈길을 올라갔다.

 

증류소가 있는 건물에서 송병철 마켓팅 부장으로부터 위스키가 제조되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 들은 후 사무실에서 도정한 대표를 만났다.

 

이미 몇 년전 도 대표가 남양주에서 훌륭한 맛의 수제 맥주를 만들고 있다는 말을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데다, 지난해 10월 ‘2024 제1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기간에 이 회사가 진행한 위스키 시음행사에서 ‘기원 위스키’를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위스키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지만 당시 느낀 맛은 ‘엄지 척‘이었다. 도 대표와 기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재미교포인 도정한 대표로부터 위스키 생산 불모지인 한국에서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를 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 두서없이 대화를 나눴다.

 

- 주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언론사, 글로벌 홍보사, 마이크로소프트 임원 등의 근무 경력이 있는 도 대표가 어떤 계기로 수제맥주에 이어 싱글몰트 위스키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국내에서도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인 2013년도에 화도읍에 있던 ‘핸드앤몰트’ 양조장에서 오미자 등 국산 농산품을 활용해 만든 수제맥주가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핸드앤몰트’를 운영하면서 비즈니스차 해외 출장을 가서 세계 각국의 주류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눌때마다 ‘한국에는 왜 위스키가 없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핸드앤몰트’가 성공하면서 2018년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에 양조장을 매각하고 ‘한국에서 최고의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었다.

 

- 위스키 생산 불모지인 한국에서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사업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가?

 

사업철학이 있다. 나 보다 잘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을 좋아 한다. 경영과 리더 역할에 자신이 있으니 그 외 분야는 전문가를 모아 아우르는 일이었다.

 

우선 마스터 디스틸러&블렌더를 영입하기 위해 수소문하다가 앤드류 샌드(Andrew Shand)를 알게 됐고, 당시 해외에 있던 그에게 ‘한국에 한번 와 달라’며 비행기 티켓부터 사서 보냈다.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 했는데 막상 한국에 와서 함께 전국 곳곳을 다녀보다가, 마침내 같이 하기로 약속하고 현재까지 함께 하고 있다.

 

이 분야 장인인 앤드류 샌드와 지금 구성원들의 열정이면 얼마든지 뻗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원(KI ONE) 위스키 증류소'는 맥주를 만들면서 쌓은 기술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2018년도에 그렇게 시작해 2020년 한국 최초의 크래프트 싱글몰트 증류소인 기원 위스키 증류소가 설립됐다.

 

- ‘기원(KI ONE)’은 무슨 뜻을 품고 있나?

 

‘기원’이라는 이름은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의 첫 걸음·최초 시작’이란 뜻과 세계적인 위스키로 성장하길 바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 남양주를 선택한 이유는?

 

기온편차·물·접근성이다.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교차가 클수록 좋고, 물이 좋아야 한다. 또, 물류와 마케팅 면에서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이런 장소를 찾기 위해 앤드루 샌드와 함께 제주도, 강원도 등 전국 100여 곳이 넘는 장소를 찾아다닌 끝에 지금의 백봉산 자락이 가장 적합지라고 판단했다.

 

 

이곳은 1월달이면 한달 내내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거의 햇살을 못 본다. 반면에 여름철에는 종일 햇살이 따갑다. 여름에는 30도 후반까지 올라가고 겨울엔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도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데다 겨울철에는 찬바람이 우리 회사쪽으로 몰려 온다, 전 세계 어느 증류소에도 찾아볼 수 없는 기후 여건을 갖춘 장소다.

 

이처럼 연교차가 크면 술을 숙성하는 오크통이 수축과 팽창을 빠르게 반복해 연중 기온이 일정한 지역보다 훨씬 빨리 숙성된다. 위스키 원산지인 스코틀랜드 보다 월등히 좋은 기후 환경인 것이다.

 

- “위스키의 출발은 증류소”라는 말이 있다. 기원 증류소의 증류기가 유명하다는데

 

스코틀랜드의 유명 증류기 제작회사인 포사이스(Forsyths)에 제작, 의뢰해 만들었다.

 

증류기 디자인보다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마스터 디스틸러, 즉 사람의 능력이다. 감각만으로 맛과 향을 분별하는 마스터 디스틸러의 역량은 증류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마스터 디스틸러&블렌더인 앤드류는 오랜 경험과 연구를 통해 원주에 스파이시한 풍미를 더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 풍미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앤드류가 직접 정교하게 디자인해 포사이스(Forsyths)로 보낸 후 장인들이 손수 망치로 두드리는 과정을 거쳐 제작됐다.

 

- 회사 시설은

 

위스키 증류 생산 시설 및 오피스 시설이 있는 중류소와 4800개의 숙성중인 오크통이 있는 위스키 숙성고 8개동, 증류 원액을 오크통에 넣는 필링 스테이션과 위스키 병입 시설인 보틀링이 3000여평의 부지에 들어서 있다.

 

 

- 기원 위스키에 대한 도 대표의 철학은

 

다양하고 깊은 맛이 나는 한국적인 개성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스키가 추구해야 하는 맛과 한국적인 맛을 담아내고 싶어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한다.

 

국립수목원과 협업을 통해 제공받은 허브를 혼합해 생산한 맑고 향긋한 프리미엄 ‘진’을 비롯해 깻잎, 새싹삼, 초피나무 열매, 솔잎 등 한국의 식물 재료를 사용해 보다 한국적인 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 다.

 

또, 한국 맥아, 물, 효모, 오크 등 한국 재료만을 사용한 한국 배치(batch) 신갈나무 및 떡갈나무 출시 등 한국적인 개성을 담가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 좋은 위스키 생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최고의 위스키 제조 기술자와 열정적인 동료들이 시험·도전 정신으로 최고 위스키를 생산하겠다는 일념으로 매진하고 있다.

 

질 좋은 오크통을 수급하기 위해 미국에서 선별해 수입하는 버번 캐스크(오크통)와 영국, 스페인 등지에서 수입하는 쉐리 캐스크, 질 좋은 오크통을 생산하는 미국 업체로부터 수입한 새 오크통 등을 골고루 사용한다.

 

이와함께 고창의 복분자주나 안동의 일엽편주 등을 빚는 국내 술도가가 숙성에 사용했던 오크통을 조달해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실험을 이어 가고 있다.

 

현재 우리 증류소에서 쓰는 맥아는 대부분 위스키 양조용 보리 재배 역사가 오래된 영국에서 수입해, 그 보리로 우리 증류소의 술 대부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당장 양조에 사용할 수는 없더라도 한국에서 수확한 보리로 한국산 위스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정부에도 보여주고 싶어, 경기도 가평 3000여평의 땅에서 보리를 키우고 있다.

 

- 기원 위스키 상품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5개 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호랑이, 독수리, 유니콘이 시그처 상품이다. 각각 고유의 풍미가 있는 10만 원대 위스키라고 할 수 있다. 이외 한정판이 있다.

 

- 설립기간에 비해 급성장을 하면서 큰 상을 많이 받았다. 비결은?

 

2021년 9월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 첫 제품 출시 이후 미국, 영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10개국에 수출하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 위스키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청담동에도 기원 위스키 연구소라는 바를 만들어 누구나 기원 위스키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고, 증류소 투어도 큰 호응 속에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세계 3대 주류 대회 첫 수상, DRINK BUSINESS, 해외 스피릿(주류) 매거진 가장 기대되는 신생 위스키 증류소 Top 10 선정, 'Malt Whisky Year Book' 에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 등록, 2023년 2월 기원 위스키 '배치' 시리즈 출시가 있었다.

 

이어. 2024년 5월 세계 3대 주류품평회에서 8회 수상, 올해 2월에는 크래프트 증류소 부분 '아이콘 오브 위스키' 2위 선정, 그리고 5월에도 세계 3대 주류품평회 및 도쿄주류품평회에서 19회 수상 등의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세계 위스키 포럼에 강연자로 초청돼 200여명의 위스키 전문가들 앞에서 기원 위스키를 소개하기도 했다.

 

도 대표는 “사실 이렇게 연속적으로 굵직한 수상은 의외였다. 전세계의 전문가들이 특색있는 좋은 맛이여서 높이 평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체 창립기념일 등 기업체 행사, 또는 기업 선물용 등으로도 많이 찾고 있다.

 

지난 2월달에는 남양주시와도 지역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협업제품을 제작했다.

 

이때 주광덕 남양주시장도 직원들과 함께 직접 기원 위스키 증류소를 찾아 깊은 관심을 표명하며 “남양주가 품은 우수한 자원과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기업의 역량을 결합해 다양한 지역 활성화 콘텐츠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며,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협업을 추진해 남양주시와 기원위스키증류소의 상생 발전을 이뤄 가겠다”고 밝혔다.

 

- 돈과 시간, 품질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다는 도 대표의 바람과 목표는

 

기원이 위스키하면 떠오르는 대명사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스카치 전통 위스키 생산방식을 고수하며 최고의 맥아와 캐스크로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기원만의 위스키를 만들겠다.

 

국내 주류 시장이 다양해지고 성장하려면 주세 관련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에서 깊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 도 대표는, 기원 위스키를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수작업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크래프트(craft)’라는 단어가 들어 간 ‘크래프트 싱글몰트 증류소’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도 대표는 그만큼 사람의 정성이 중요하다는 뜻을 강조하는 듯 하다.

 

특히, 돈과 시간과 품질에 대해서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이라는 도 대표는 “천천히 가더러도 초심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기원(KI ONE) 위스키 증류소'가 한국 최초에서 곧 세계 최고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 경기신문 = 이화우 기자 ]

이화우 기자 lhw@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