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2분기 실적 ‘흐림’…수요 침체에 관세·환율 악재 겹쳐

2025.07.23 14:12:27 5면

삼성·LG 줄줄이 실적 하향…하반기 회복도 ‘불확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이어 미국의 통상 압력과 환율 하락이라는 이중 삼중의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전자업계가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의 회복세가 여전히 요원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관세 협상과 수요 회복 지연 가능성이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LG이노텍을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24일), LG전자(25일), 삼성전자와 삼성전기(31일) 등이 순차적으로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초 잠정 실적을 통해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를 발표하며 전반적인 업황 부진을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4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9%, 직전 분기보다 31.2% 줄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6조 1833억 원)를 1조 6000억 원 이상 하회했다.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된 데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관세 부담, 환율 하락이 모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도 2분기 영업이익이 6391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6.6%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8470억 원)보다도 2000억 원가량 낮은 수치다. 글로벌 소비심리 위축에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 강화 움직임, 원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글로벌 소비 위축과 함께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 부과 움직임이 본격화된 점을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핵심 사업부인 반도체(DS) 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전사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환율 하락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전자업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 부품사 실적도 ‘동반 부진’…LG이노텍 72% 영업이익 감소 예상

 

완성품 업체들의 실적 하락은 부품 계열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LG이노텍은 2분기 매출 3조 8183억원, 영업이익 4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2%, 72.2%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메라모듈을 중심으로 한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경쟁 심화와 관세 부담 속에 크게 악화된 데다, 환율 하락까지 겹치며 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1분기 관세 회피 수요가 선반영되면서 2분기엔 주문이 줄었고, 환율과 계절적 비수기까지 맞물리며 실적 둔화 폭이 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LG디스플레이도 다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시장에서는 2분기 600억~1000억 원대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IT 비수기에 따라 모바일 수요가 줄었고, 광저우 OLED 공장 매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전년 동기와 유사한 2000억 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에는 9% 증가한 실적을 냈지만, 2분기엔 LG이노텍과 마찬가지로 주문 타이밍 조정과 환율 하락으로 실적 개선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 하반기 반등 기대되나…“관세 협상 결과가 관건”

 

업계는 2분기를 실적의 ‘바닥’으로 보고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연말 수요와 반도체 업황 개선이 일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관세 부담은 여전히 불안 요소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다수의 기업들이 하반기부터 미국의 추가 관세, 상호 관세 조치 등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2분기보다 오히려 하반기 관세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자업계가 일시적인 실적 개선보다, 통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인 생존전략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미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mo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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