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80%로 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폭 완화된 종부세 부담을 사실상 되돌리는 조치로, 정치권의 입법 없이도 시행령만으로 가능해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세법개정안 또는 별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의 핵심 지표로, 공시가격에 해당 비율을 곱해 과세 대상 금액을 정한다. 비율이 높아질수록 세 부담은 커진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5%까지 끌어올린 바 있으며, 윤석열 정부는 이를 60%까지 인하해 보유세 부담을 완화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 조짐을 보이자 세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강남권에서는 실수요보다 투기 성향의 자산가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정부가 보유세 완화 정책을 거두고 다시 조정을 시도하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대출 규제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과세 강화가 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줄어든 세수 회복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주택분 종부세 세수는 2021년 7조 7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6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올릴 경우, 고가 단독 보유자나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세 부담이 크게 늘게 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세제 강화가 전·월세 시장으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주거비 상승 가능성 등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이번 정책은 일반 실수요자보다는 강남 아파트 등 투기 수요를 겨냥한 것”이라며 “고가 주택에만 세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세수 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미 냉각된 주택시장에 다시 세부담 카드를 꺼내는 것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