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버스 속 숨겨진 '사각지대'…"하루아침에 가해자가 됐다"

2025.09.03 10:15:43

사고가 났다 하면 가해자 ‘낙인’ 현실
기사의 법적 보호 장치 취약, 정신적 고통 누적
타운전자의 위협·만차 기준 모호…기사들은 ‘딜레마‘

 

“왜 빨리 빨리 안 다녀요?” 경기신문 취재진이 동행한 첫차에서 승객들의 짜증섞인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른다. 새벽 첫차부터 심야 막차까지 18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는 기사들. ‘시민의 발’이지만, 법과 제도의 보호는 부족하다. 

 

수원 19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이민용 기사는 하루 평균 800명 가까운 승객을 맞이한다. 이 씨는 “승객 한 명 한 명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늘 존재한다”고 말했다.

 

 

특히 만차 상황에서는 억지로 탑승하려는 승객으로 어려움이 배가 된다. “못 태우면 항의가 들어오고, 태우면 안전사고 위험이 커진다"며 "만차 기준부터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민용 기사는 “종점에 들어가도 승객이 내리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취객이거나 깨울 수 없는 상황이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다. 하루 7~8명의 문제 승객이 반복되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호소했다.

 

좌석버스를 운행하는 김석화 기사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놨다. 오랜 기간 무사고로 운행하다가도 하루아침에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씨는 “차 안에서 사고가 나면 무조건 기사 책임으로 돌아온다. 억울해도 모든 화살이 운전자에게 집중되는 현실이다”라고 호소했다. 

 

실제 2021년 승객 A 씨는 버스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전치 2주의 진단이 나왔다. 이에 지방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승객 부주의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사고가 승객 고의로 발생한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기사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용남고속지부 윤석환 위원장은 “버스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대부분 약자 보호 차원에서 보험 처리로 끝난다"며 버스 기사들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미흡한 대처 부분을 지적했다. 특히 보험사기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있어 법과 제도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중한 근무와 불완전한 제도 속에서도 기사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은 결국 승객들의 작은 배려와 응원이다.  이민용 기사는 “우리 가족도 버스를 이용한다. 시민들도 서로를 가족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주셨으면 한다”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 경기신문 = 임혜림·윤진웅 기자 ]

윤진웅 기자 woo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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