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박사의 맛있는 인천 섬 이야기] (51) 소청·대청도 순비기꽃

2025.09.21 14:25:14 15면

 

“순비기꽃이 피면 삼치가 온다.”

 

 

소청도와 대청도 어민들 사이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순비기꽃이 피어나는 시기를 보면, 7월 바닷물 온도가 평균 24.5도에서 8월 26.1도까지 오른다.

 

바로 이때 삼치 떼가 멸치를 쫓아 섬 주변으로 몰려든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순비기꽃은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그러니까 7~9월 경에 볼 수 있다.

 

연한 보라색의 입술 모양 꽃이 핀다.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이 식물은 태평양 연안 곳곳에서, 우리나라 인천부터 제주까지 해안가라면 어디든 자리를 잡고 있다.

 

순비기나무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제주 해녀들이 물속에서 나올 때 “후우~”하고 내쉬는 그 숨소리, 그걸 ‘숨비소리’라고 하는데, 이 나무가 바로 그 힘든 물질을 하고 난 뒤 몸의 아픔을 달래주는 고마운 나무였다고 한다.

 

실제로 옛 어른들은 순비기나무를 여러 용도로 써왔다.

 

열매를 만형자라고 해 몸을 보호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좋다고 여겨 두통이나 관절이 아플 때, 감기나 눈병, 이명 증상까지 두루 썼다고 한다.

 

열매만 쓰는 게 아니다.

 

잎과 줄기에서 나는 특유한 향은 목욕물에 우려내어 쓰거나, 방 안에 두어 습기를 잡고 벌레도 쫓는 용도로 활용했다.

 

다친 곳에 짓찧어 붙이면 부기도 빠지고 아픔도 가라앉더라는 경험담도 전해진다.

 

최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는 열매 추출물로 핸드크림, 보디로션, 마스크팩까지 만들어봤는데, 피부 노화를 막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꽤 괜찮다고 한다.

 

하이테크산업진흥원에서는 향수로 만들었다고 한다.

 

외국 사정은 어떨까?

 

일본에서는 ‘하마고차’라는 이름으로 건강차를 만들어 팔고 있고, 중국은 아예 정식 약재로 등록해서 산업 원료로 키우고 있다.

 

유럽에서도 화장품 원료로 쓰이고 있다니, 우리 바닷가 흔한 풀 하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셈이다.

 

순비기나무의 산업적 이용은 멀다.

 

아직 자연에서 채취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대량 재배 기술이 필요하다.

 

더불어 순비기나무는 바닷바람과 건조한 환경을 견디며 해변 모래 유실을 방지하는 자연 보호막 구실을 한다. 수익성과 생태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 식물의 잠재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청도와 대청도 어민들이 순비기꽃을 보며 삼치잡이 준비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 고마운 식물을 잘 활용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글 : 김용구 박사(인천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인천시 섬발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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