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에 들어설 인천식물원이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 행정안전부의 투자심사 결과를 앞두고 있지만 인천식물원 터는 아직까지 국방부 땅이다. 이 사업은 전액 인천시 예산이 투입된다. 땅 값과 건립비까지 12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는 인천식물원은 착공 시기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번 행안부의 투자심사 결과에 달렸기 때문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
인천식물원 건립비는 땅 값을 빼고 당초 300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596억 원에서 행안부 투자심사에 제시한 건립비는 605억 원에 달한다. 같은 조건에서 건립비가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덩달아 경제성도 나빠지게 됐다.
여기에 땅 값은 빠져 있다.
인천시는 인천식물원이 들어설 부평캠프마켓 B구역 땅에 대한 감정평가 기준 일을 놓고 국방부와 소송을 벌였다. 그 결과 시는 소송에서 이겼고, 이에 따라 기준일은 땅 소유권이 미군에서 국방부로 넘어온 지난 2019년 12월로 확정됐다.
땅 값은 기준일 공시지가의 2.83배인 618억 원으로, 시는 이 돈을 이미 국방부에 지급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땅 소유권은 아직 국방부에서 시로 넘어오지 않았다.
시는 아직 소유권도 없는 땅에 인천식물원을 짓는데 1218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퍼붓고 있지만 행안부 투자심사 결과가 떨어질 때까지 입을 벌리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장 공약이니까…
유정복 시장은 부평캠프마켓 터에 수도권 최대 규모 온실을 갖춘 식물원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식물원은 옛 부평캠프마켓 B구역 3만㎡ 터에 서울식물원 온실(7555㎡)을 넘어서는 1만㎡ 규모 온실과 실외 정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는 인천식물원 대상지를 지난 2023년 8월 부평캠프마켓 터로 결정했다. ‘식물원 기본계획 및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에 따른 결정이었다.
접근성·경제성·연계성 등에서 다른 후보지를 앞선 부평캠프마켓은 1945년 해방 후 미군이 주둔했다가 80년 만인 지난 2019년 국방부로 반환됐다.
당초 착공은 올해였다.
하지만 오는 2027년으로 2년 연기됐고, 준공도 오는 2029년으로 역시 늦춰졌다.
일각에서는 땅 값과 건립비 1218억 원을 들여 굳이 인천식물원을 지어야 하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인근 부영공원, 부평공원 등이 들어서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최대 식물원 조성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특히 인천식물원이 들어설 땅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시가 시장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과’ VS ‘보완’ VS ‘재검토’ VS ‘탈락’
행안부 투자심사 결과는 대략 네 가지다. ‘통과’의 경우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타게 되지만 ‘탈락’의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
또 ‘보완’, ‘재검토’ 등의 결과가 나오면 당초 계획했던 착공 시기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온실을 조성한다는 인천식물원 주변에 기반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다. 진입 도로, 주차장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 역시 땅의 소유권 확보가 선행돼야 하지만 언제 시가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현 시장의 공약 사업인 탓에 시 관계자는 오는 2027년 착공, 2029년 준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한편 부평캠프마켓 A·B 구역은 지난 2019년 12월, D구역은 지난 2023년 12월 각각 미군에서 국방부로 소유권이 넘어왔지만 아직 시 소유는 아니다.
시 관계자는 “인천식물원 터인 부평캠프마켓 B구역은 이미 618억 원을 국방부에 지급한 상태지만 아직 소유권이 시로 넘어 오진 않은 상황이다”며 “이달 말 행안부의 투자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사업의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정민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