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체관광객들의 무비자 입국이 예고대로 지난 29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변화된 정책에 대한 기대와 국민적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내 체류 중국인은 1백만 명에 육박하면서 중국이 외국인 국적 중 단연 최다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인 범죄 발생률이 내국인보다 높지는 않지만, 군사시설 불법 촬영·강력범죄 등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참이다. 몰려오는 유커(遊客)들을 상업적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불법체류 증가, 강력범죄 발생 등 부작용에 대한 관리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2020년 235만 명에서 2024년 550만 명으로 한 해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한국 방문 외국인 중 66%가 인천국제공항, 인천항을 통해 입국한다. 인천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25년 상반기 전년 대비 23% 늘어나며 증가세가 뚜렷하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중국인 범죄자 수 역시 단연 1위다. 2024년 기준, 중국인 범죄자는 1만6097명으로 전체 외국인 범죄자의 52.2%를 차지한다. 다만 범죄율(체류 인구 대비 범죄자 비율)은 1.68%로, 한국인(2.4% 내외)과 러시아인(2.0%)보다 낮다. 그러나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추행) 피의자 수는 1만 명당 0.03%로, 주요 국적 중 중간 수준이다.
지난 5월 중국 국적의 중국동포 차철남이 시흥시 정왕동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동포 형제 2명을 살해하고, 이틀 뒤 자기집 인근 편의점주와 자기집 건물주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4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은 끔찍한 기억이다. 같은 달 중국동포가 화성시 동탄호수공원 내 수변 상가의 주점 데크에서 술을 마시던 20대 남녀 5명에게 흉기를 들고 돌진하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또 화성시 병점동의 음식점에서 50대 중국동포가 길거리에서 허공에 대고 흉기를 휘두르다가 경찰에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중국인과 대만인이 공군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해 경찰에 붙잡힌 일도 개운찮은 사건이다. 지난 3월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주둔한 수원 공군기지 부근에서는 중국 국적의 10대 2명이 이·착륙 중인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하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4월에도 미군 군사시설인 오산 공군기지(K-55) 부근에서 같은 중국인 2명이 여러 차례 무단으로 사진 촬영을 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대만인 2명이 오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2025 오산 에어쇼’에 내국인들 틈에 끼어 잠입해 미군기지 내부 시설과 장비를 불법 촬영했다가 경찰에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제적 효과는 놀라운 수준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항 면세점 매출은 2022년 6007억원에서 2024년 2조1459억원으로 3.5배 이상 급증했다.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1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면세점 이용객 수 역시 2020년 320만 명에서 2024년 1333만 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중국 단체관광객 무사증 입국은 내년 6월 말까지다. 이 기간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황금연휴(10월 1~7일)와 맞물려 있어서, 대규모 유커 유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세상만사가 다 그러하듯 허점이 하나도 없는 무결한 정책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허점을 보완할 대책이 주도면밀하게 마련되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개별 범죄 사건이 무분별한 혐중 정서나 외국인 혐오 분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러면서도, 관련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들이 활발히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외국인 범죄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촉발될 수 있는 만큼 면밀한 현황 분석과 범죄율을 줄이기 위한 대안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 대안정책에 차질 없이 반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