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여러 과제에 직면해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미국발 의약품 100% 관세 리스크가 꼽힌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생산한 의약품에 대해 이달부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주의 일라이 릴리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면서 리스크를 피했다고 자평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뉴욕주 시러큐스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SK바이오팜은 조기 확보한 재고를 통해 미국 내 생산에 착수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없는 기업들은 정부의 추가 발표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대상을 특허 의약품으로 한정할 경우 바이오시밀러는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위탁생산 분야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업계는 올해 남은 두 달 동안 신약 개발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지도 주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9월 허가된 국산 의약품은 메디톡스의 지방분해주사제 뉴비쥬주, GC녹십자의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 등이 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신약 개발 진출을 선언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결과는 없다.
LG화학은 39호 국산 신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의 글로벌 임상 3상을 경제성 등의 이유로 지난 3월 자진 중단했다.
여러 제약사들이 신약 파이프라인 확충에 힘을 쏟고 있으나, 여전히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격차는 크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57개 기업 및 기관이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1701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글로벌 상위 10대 제약·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1070건이었다.
이에 대해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장은 최근 정책 보고서에서 “신약 개발 분야에 자본 유입이 급감하고, 범국가적 차원의 전문 인력 양성도 부족하다”며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신약 개발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간 부문에서는 한정된 자원과 속도를 고려해 경쟁력이 높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의 또 다른 과제는 바이오시밀러 경쟁력 강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셀트리온, 삼천당제약, 알테오젠 등 최소 6개 기업이 국내외에서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획득했다. 프롤리아, 졸레어 등 주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올해 만료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약가 인하를 강조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 제약사는 퍼스트 무버(최초 출시자) 지위를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과 판매망 등 차별화 요소를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히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동시에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의 특허 방어 전략도 넘어야 할 관문이다.
업계는 머크(Merck)가 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 제형 승인을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추격을 견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머크는 알테오젠이 보유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 ALT-B4를 활용해 키트루다 SC를 개발 중이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