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날은 1446년 훈민정음의 편찬을 선포한 날을 기념해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랑을 높이기 위한 날이다.
한글날 제579돌을 맞아 이날의 유래와 올해 열리는 기념행사를 알아본다.
◇ 처음에는 10월 9일 아냐…우여곡절 많은 역사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한글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건 한글이 반포된 이후 480년이 지난 1926년부터다.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와 신민사의 공동 주최로 '식도원'이라는 요릿집에서 수백 명이 참석하는 성대한 잔치를 열었다고 한다.
이때 기념식은 지금의 한글날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지금의 10월 9일이 아닌 11월 4일에 열렸고, 이름도 한글날이 아닌 '가갸날'이었다. 11월 4일을 기념한 이유는 당시 학자들이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근거해 음력 9월 29일을 훈민정음 반포일로 봤고, 이날이 양력으로 환산하면 11월 4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 하는 데에서 따와 이름을 '가갸날'로 지었다고 한다. 당시 한글이라는 명칭은 널리 퍼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1931년부터는 기념식을 음력에 맞추니 매년 달라져 불편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후 1446년 음력 9월 29일이 양력으로는 10월 29일에 해당한다는 계산이 나와 1931~1932년쯤부터 해당 날짜를 한글날로 지정했다.
몇 년 후 한글날의 양력 계산이 잘못됐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율리우스력에 따르면 10월 29일이 맞지만, 1582년 이후로는 양력이 그레고리력으로 바뀌었으니 계산 기준을 그레고리력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1934년부터는 10월 28일에 한글날 기념식을 거행했다.
◇ 법정공휴일 제외 후 재지정…다사다난 한글날
우리가 아는 10월 9일에 기념식을 거행하게 된 것은 1945년부터다.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9월 상한'이라는 기록이 나오는데,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 10월 9일이다.
이후 1949년에 정부가 '관공서의공휴일에관한건'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글날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한글날이 언제까지고 법정공휴일이었던 것은 아니다. 10월에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1991년부터 2012년까지 22년 동안은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이후 한글학회 등 단체가 꾸준히 목소리를 낸 덕에 2005년 12월 국회에서 '한글날 국경일 지정 법안'이 통과돼 20006년부터 국경일로 승격됐다. 다만 이때까지도 한글날은 국경일일 뿐 공휴일로 환원되지 않았다.
2012년 12월 국회에서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이 확정되면서 한글날은 2013년부터 다시 법정공휴일로 자리 잡았다.
◇ "우리 글의 소중함"…한글 알리는 기념행사
한글날은 범국민적 한글 사랑을 위한 날인 만큼 전국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전국 각지에서는 10월 9일부터 18일까지 '2025 한글 한마당'이 진행돼 세계인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 축제가 열린다. 11~14일까지는 광화문광장 행사 기간으로, '한글문화 산업전' 전시와 한글 고서 만들기 등 각종 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호수공원에서도 '2025 세종한글축제'가 열려 공군 블랙이글스 에어쇼와 드론 쇼, 불꽃놀이 등이 열린다.
도내 행사도 있다. 9일 여주시 세종대왕릉에서는 '2025 한글날 문화행사'가 개최된다. 어린이 뮤지컬과 관객 참여형 공연이 준비돼 있고, 여주시 지역 예술단체와 함께하는 음악 공연도 열린다. 세종대왕 전국 한글휘호대회의 수상작 전시 등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전시 프로그램과 체험 행사도 있다.
같은 날 용인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특별 행사 '다온라온 한글누리'가 용인어린이상상의숲에서 열린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만화·팔찌 제작 등 프로그램 등이 열려 한글의 즐거움과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다.
의왕에서는 12일 '제12회 의왕한글한마당'이 열릴 예정이다. 기념식 및 한글 공연, '아름다운 내 이름 기차' 프로그램 등 한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준비돼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양대학교 한국어문화원이 주관하는 '2025 경기도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 사진 공모전'도 있다. 10일까지 우리말로 된 가게, 건물 등의 사진을 찍어 제출하면 되고 수상자에게는 30만 원을 수여한다.
이처럼 한글의 소중함을 알리는 기념행사가 여럿 열리는 가운데, 현장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러 온 인원들로 북적일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