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초순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보다 15% 이상 감소했다.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지만,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고율 관세 여파로 대미 수출이 40% 넘게 급감했다. 다만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30% 이상 증가하며 수출 모멘텀은 이어지고 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10일 수출액(통관 잠정치)은 13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3.5일로 전년보다 2일 줄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37억 달러로 1년 전(27억 8000만 달러)보다 33.2% 늘었다.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온 월간 수출은 이달 들어 조업일수 감소로 마이너스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27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1% 줄었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24일로 1년 전보다 4일 더 많았다.
가장 큰 타격은 미국이었다. 이달 1~10일 대미 수출은 43.4% 급감했다. 일평균 기준으로도 11.1% 줄었다.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이 큰 틀에서 타결됐지만, 세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관세 인하 효과가 반영되지 못한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7월 협상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며 여전히 25%가 적용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미국과 협상 타결로 관세가 15%로 낮아진 상태다.
이 여파로 자동차(-51.8%)와 자동차 부품(-49.1%), 철강제품(-31.2%)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의 낙폭이 컸다. EU(-44.0%), 중국(-19.1%), 베트남(-19.0%) 수출도 줄었다.
반면 대만(200.4%), 홍콩(5.2%) 등으로의 수출은 늘었다. 특히 대만은 수출액이 19억 4700만 달러로 미국(14억 600만 달러)을 제치고 중국(28억 26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대만과 홍콩으로의 수출 증가는 반도체 호조세 덕분이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47.0% 증가하며 전체 수출의 34.7%를 차지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주요 제품의 고정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6.2%)도 증가했다.
반면 선박(-12.9%), 무선통신기기(-28.9%) 등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35억달러로 전년 대비 22.8% 줄었다. 사우디아라비아(41.4%), 호주(18.0%) 등에서 늘었지만 중국(-34.5%), 미국(-27.7%), EU(-40.4%) 등 주요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원유(22.2%), 석탄(17.8%) 수입이 늘었고, 반도체(-20.0%), 석유제품(-6.4%), 가스(-29.1%), 기계류(-32.9%)는 줄었다.
수입이 수출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흑자 기조가 잠시 끊기며 무역수지가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모습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