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총수들, 트럼프와 골프 회동…한미 무역협상 ‘막판 변수’되나

2025.10.19 14:49:33 5면

손정의 초청으로 마련된 ‘7시간 비공식 회동’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구광모, 김동관 참석
“3500억 달러 대미투자, 실무협상 막판 조율”
트럼프식 ‘비공식 외교’…정상회담 전 사전 포석?
“비공개 행사” 입 다문 재계…공식 확인은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5대 그룹 총수들과 7시간 넘게 골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무역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 비공식 만남이 협상 구도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한국·일본·대만 주요 기업인들과 하루 일정의 골프 라운딩을 진행했다. 이번 자리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으로 마련됐으며, 한국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차량은 오전 9시 15분 골프장에 도착해 오후 4시 50분쯤 빠져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7시간 35분간 골프장에 머물렀으며, 행사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경찰은 마러라고 별장에서 골프장으로 이어지는 10분 거리의 도로를 통제했고, 기업인들은 단체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그룹 총수와 같은 조로 라운딩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일정이 없다고 공지하면서 출입기자단의 관련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12개 조(4인 1조)로 진행됐으며, 각 조는 미국 정부 관계자와 미국 프로골퍼, 해외 기업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운딩은 이른바 ‘샷건(Shotgun start)’ 방식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1번 홀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 홀에 한 팀씩 배정해 동시에 티샷을 하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경기를 시작하고, 동시에 끝낼 수 있어 경기 후 클럽하우스 회동을 해야 하는 VIP 그룹 라운드에서 주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한미 무역협상의 ‘막판 조율’ 성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협상 최대 쟁점은 미국 측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이다. 미국은 관세 인하의 전제 조건으로 현금성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한국은 보증·대출 중심의 금융패키지 조성을 제안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주요 그룹은 이미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자동차·에너지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총수들과 직접 만나 투자 규모와 일정 등을 점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과 직접 접촉해 투자 의향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비공식 자리지만 향후 협상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처음으로 글로벌 주요 기업인들과 공개 일정 외 만남을 가진 점도 주목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특유의 ‘비공식 외교’가 본격화된 신호”라며 “정상회담에 앞서 투자 약속을 사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재계는 행사 내용을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한화 등은 “비공개 행사로 확인할 사항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이번 만남은 사실상 총수급 모임이었고, 내부에서도 관련 정보가 제한적으로만 공유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대외경제 정책에 맞춰 기업들도 움직임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mo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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