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와 사법 리스크 해소로 상징성이 큰 시점이지만, 올해 역시 별도의 기념행사나 메시지 없이 경영 현황 점검에 집중할 전망이다. 대외적 이벤트 대신 실적 개선과 미래 기술 확보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조용한 리더십’ 기조를 잇는 셈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3주년 당일 평소와 같은 일정으로 사업 현안을 챙길 계획이다. 앞서 24일 수원 선영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5주기 추도식에서도 별도의 메시지 없이 사장단과 오찬을 갖고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86조 원)을 달성하며 반도체 부문의 뚜렷한 반등을 예고했다. 영업이익도 12조 대를 회복했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의 해외 행보 강화와 대형 고객사 계약 성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결국 기술”…AI 시대 반도체 재격돌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발열 문제로 엔비디아 인증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설계 개선 등을 통해 기술 신뢰도 반등을 꾀하고 있으며, 차세대 HBM4는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가동률 개선과 함께 적자 폭이 축소됐다. 특히 테슬라의 차세대 AI칩 수주에 성공하면서 TSMC와의 격차를 좁힐 모멘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강조해온 ‘기술이 곧 삼성’ 기조가 올해 성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며 “AI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삼성의 재도약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 APEC서 글로벌 협력전…“혼자 잘하는 시대 끝”
이 회장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CEO 서밋에서 글로벌 IT·산업 리더들과 접촉을 이어갈 계획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달 초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초거대 AI 인프라 협력 논의를 진행한 데 이어,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연대를 강화하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연말 인사와 컨트롤타워 복원 전망
삼성전자는 통상 11~12월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왔다. 올해는 이 회장 무죄 확정 이후 첫 대규모 인사이자 조직개편이 예고돼 ‘뉴삼성’의 구체적 조직 청사진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핵심 관심사는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공백이 된 컨트롤타워 복원 여부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트롤타워 자체는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복원론에 무게를 실었다.
또한 2019년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은 이 회장의 ‘책임경영’ 복귀 시점도 주목된다.
◇ “뉴삼성, 성과로 답한다”
든든한 후광 속 오너 리더십이 아닌, 조용한 현장 중심 경영을 강조해온 이 회장의 방식은 실적으로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올해 임원 세미나에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올해 반도체 기술 경쟁력 회복과 글로벌 협력 확대란 두 축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며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 향후 10년 삼성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