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듯하면 ‘폭파’ 위협…극단정서 확산 방치 안 돼

2025.12.24 06:00:00 13면

카카오·네이버·KT 사옥 이어 삼성전자도 폭파 협박

 

카카오와 네이버, KT 등을 상대로 한 폭파 협박에 이어 삼성전자에도 폭파 협박 신고가 접수되는 등 일부의 극단정서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대개 순간적인 분노나 객기·장난으로 판명 나지만, 대응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극히 일부라고 해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이 같은 폭력성 확산은 결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범법자들에 대한 엄벌체계 강화는 물론 대중정서 순화를 위한 유효한 프로그램 작동이 시급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0시 50분쯤 112에 “KT 분당 사옥에 사제 폭탄 40개를 설치했다”는 내용의 협박 문자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협박 글은 자신을 대구 지역의 한 고등학교 자퇴생이라고 밝힌 인물이 지난 17일 오후 8시 20분쯤 KT ‘온라인 간편 가입 신청’ 과정에서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KT는 하루 뒤인 18일 오전에야 이를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명의도용에 따른 협박 범죄로 보고, 실제 위험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장 수색은 진행하지 않고, KT 측에 자체 경비 강화와 함께 순찰을 늘리도록 요청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같은 인물 명의로 카카오 고객센터 게시판에 판교 아지트 건물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게시됐으며, 회사 고위 관계자를 특정해 사제 총기로 살해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확인 결과, 해당 명의로 지난달 9일과 이달 9일에도 유사한 폭파 및 살해 협박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역시 대구남부경찰서가 명의도용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5일에는 서울 중구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현장 출동한 경찰이 주변을 통제하는 등 긴박한 사태가 벌어졌다. 같은 달 27일 오전에는 서울성동경찰서 관내 중학교 2곳에 수제 폭탄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발신자 미상의 팩스 신고가 접수돼 한바탕 법석을 빚었다. 또 서울종로경찰서도 관내 중학교 1곳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에 현장으로 출동했다. 학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학생들을 귀가 조처하는 등 소동이 일어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폭발물·테러 등 허위 신고로 인한 경찰 출동은 지난 2022년 4235건에서 지난해 5432건으로 약 28.3%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7월 말 기준 293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놀라운 것은 공연장 폭파, 황산 테러, 백화점 폭발물 설치 통보 등 잇따르는 허위 테러 협박을 저질러 ‘공중협박죄’로 검거된 이들 중 절반이 20~30대라는 사실이다. 공중협박죄가 적용된 사건은 법이 시행된 올해 3월 18일부터 지난 7월 말까지 모두 72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이 사건들로 48명을 검거했는데 이들 중 20대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8명이었다. 20~30대가 전체 검거 인원의 50%를 차지했다. 


이런 범죄는 인간관계·사회생활에서 자존감이 낮은 일부 20~30대가 익숙한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이상 동기 범죄가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모방성’이 강하다. 유사 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국의 경우처럼 일벌백계(一罰百戒)의 강력한 상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독일에서는 지난 2003년 뒤셀도르프공항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허위 신고를 한 여성에게 20만 7000유로(약 3억 3600만 원)의 배상금을 물렸다. 미국에서도 지난 2022년 회사 건물 폭파 장난 전화를 건 남성이 45만 6000달러(약 6억 3800만 원) 규모의 배상금 폭탄을 맞았다.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에 애먼 개구리가 맞아 죽는 어이없는 불행이 일상이 되는 사회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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