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통학로에서 차량 우회전으로 인한 인명피해 위험이 끊이지 않지만 현재까지 법령 부재로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른바 '수원 스쿨존 시내버스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우회전 시 일단 멈춤' 표지판조차 없어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11일 교차로 등지에서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는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가 계도기간 종료 후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후 경찰 등은 이를 위반하는 차량에 대한 단속에 나서거나 제도를 알리기 위해 각종 홍보를 하는 등 우회전 일시정지 안착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정작 이와 관련된 안전 시설물을 설치하는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3년 5월 수원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 조은결 군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우회전 일시정지를 지키지 않은 시내버스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안전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14일 수원시자원봉사센터와 영통학부모협회는 매원·잠원·태장·이의·매현·효동·신풍·산의·산남초등학교 등 9곳의 통학로에 우회전 시 일단 멈춤 표지판을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 소속 학부모들은 표지판 설치를 위해 경찰 및 지자체에 끊임없이 요청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령 부재로 표지판이 필수 시설물이 아닌 만큼 학부모 등의 요청이 없다면 단순한 표지판 조차 설치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수원영통경찰서를 방문해 초등학교 통학로에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많은 노력이 있었다"며 "그동안 아이들은 통학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에 언제 부딪힐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었다. 표지판조차 쉽게 설치할 수 없다는 제도적 한계가 아쉽다"고 설명했다.
정작 시는 관내 초등학교 통학로 중 해당 표지판이 얼마나 설치됐는지 파악조차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단체 등에 따르면 영통구와 권선구 일부 초등학교에는 설치됐지만 비교적 낙후된 팔달구와 장안구는 대부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우회전 차량은 신호와 관계 없이 횡단보도를 통과한 만큼 각종 교통사고 인명피해의 원인으로 꼽혔다. 때문에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가 시행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경찰청의 '연도별·월별 우회전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화 도입 이후 2023년 2~11월 관련 사고는 총 1만 4211건으로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848건(5.6%) 감소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89명에서 101명으로 13.4% 늘었다.
일각에서는 표지판 등 시설물 설치가 의무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수원정) 국회의원은 "아직까지도 전국 많은 초등학교 통학로에는 우회전 시 일단 멈춤 표지판 등 안전을 위한 시설물이 부족하다"며 "표지판 등 안전 시설물 설치는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위해 필요한 만큼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