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공행진…살길 찾는 유통가, ‘PB 방어전’ 본격화

2025.11.20 12:29:01 4면

업계, 저가 재고 소진되는 내년 초 분기점 예상
국산 원료 사용 비중 높은 자체 제작 상품 집중

 

환율이 1460원대에 고착되면서 국내 유통가가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했다. 식품 제조사의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70%에 달해, 고환율이 곧바로 도매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내년 초를 저가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을 사실상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제조사들이 납품가 인상에 나설 경우, 유통업체의 마진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계는 PB(자체 브랜드) 비중을 대폭 확대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제조사 브랜드(NB)가 환율 변동에 취약한 반면, PB는 국산 원료 활용도가 높고 유통사가 공급망을 직접 통제해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일부 유통사는 내년 초를 겨냥해 PB 라인업을 전면 재편하고, 원가 안정성이 높은 ‘탈(脫)수입’ 상품 구색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NB 대신 PB로 매출과 체감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조사 간 ‘협상력 격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삼양식품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고환율로 환차익을 확보하며 유통과의 가격 협상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농심 역시 해외 매출 비중이 40%에 달하면서, 미국·중국 등 현지 법인의 실적이 크게 개선돼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반면 내수 의존도가 높은 오뚜기는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되면서 납품가 인상 압박이 커진 상황이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이들 업체와의 가격 조율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고환율이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식품업계는 올 초 이미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연말 소비 특수를 의식해 추가 인상을 미뤄온 상태다. 그러나 내년 초부터는 라면·과자·음료 등 광범위한 제품군에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와 소비자 모두 ‘가격 인상’과 ‘슈링크플레이션(용량 축소)’에 부정적인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업계는 PB 강화가 사실상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NB 가격을 억지로 묶어두면 유통 마진이 먼저 무너진다”며 “고환율이 장기화되는 한 PB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변동성이 큰 원재료에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생존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박민정 기자 mft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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