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연말 강남권에서 이른바 ‘현금 부자’들이 노릴 만한 고가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청약에 나선다. 수십억 원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시세 차익 기대감이 높아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단지들이 대거 출격하면서, 청약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청약을 진행한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에는 특별공급을 포함해 약 8만 명이 몰렸다. 일반공급 230가구 모집에 5만4631명이 신청하며 1순위 평균 경쟁률 237.5대 1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이 서초구 반포동에서 선보이는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연말 분양 시장의 최대 관심 단지다.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과 단지가 직결되는 초역세권 입지, 강남·여의도 업무지구 접근성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분양가는 18억~27억 원대로, 대출 없이 자금 조달이 가능한 수요가 사실상 대상이다. 특별공급·1순위 청약에 사람이 몰리며 흥행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최대 30억 원의 시세 차익 가능성을 언급한다.
DL이앤씨도 11월 중 서초동에 ‘아크로 드 서초’를 공급한다. 총 1161가구 가운데 일반분양은 전용 59㎡ 56가구에 불과하다. 강남역까지 직선거리 600m, 교대역·양재역 접근성 등으로 실수요·투자 수요 모두의 관심이 높다. 희소한 물량 탓에 청약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GS건설은 강남구 역삼동 재건축을 통해 ‘역삼센트럴자이’를 12월께 분양할 예정이다. 총 237가구 중 전용 59~122㎡ 87가구가 일반분양이다. 수인분당선 한티역과 2호선·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어 서울 내부 이동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포스코이앤씨는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을 통해 ‘반포 오티에르’를 선보인다.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한 첫 강남권 단지로, 총 251가구 규모다. 7호선 반포역 초역세권에 한강·공원 인접이라는 입지적 강점까지 갖춰 프리미엄 수요층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청약 문턱은 대폭 높아졌다. 1순위 자격 강화, 재당첨 제한 확대, 고가 주택 대출 한도 축소 등으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층은 청약 접근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현금 동원력이 큰 자산가들은 규제 영향에서 벗어나 강남권 분양에 집중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지방 분양 시장의 경쟁률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온도 차도 극명해지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15개 단지의 1순위 청약에 27만 5766명이 몰렸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1순위 청약자(62만 856명)의 44.4%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이 전국 청약 시장의 ‘절반’을 끌어안는 셈이다.
한 분양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의 경우 대출 규제 강화가 실수요층을 크게 위축시키는 반면, 현금 여력이 충분한 수요층은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라며 “연말 강남권 주요 분양은 대부분 소규모 일반분양에 입지가 뛰어난 재건축 단지이기 때문에 청약 경쟁은 계속 과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