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이 ‘폭력’ 두려움에 떠는 사회 ‘안 된다’

2026.01.20 06:00:00 13면

경기도 여성 4명 중 1명, 일상서 성폭력 두려움 느껴

경기도에 거주하는 여성 4명 중 1명이 일상생활에서 스토킹, 교제 폭력, 디지털 성폭력 등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 폭력은 우리가 타파해야 할 성차별 문화 중 으뜸 항목이다. 1988년에 여성정책 총괄·조정업무를 전담하는 정무장관(제2)실이 설치된 이래 역대 정부는 모두 성평등 정책을 강화해 왔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사회에 여성 폭력의 공포가 이렇게 깊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진정한 성평등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일대 각성이 필요하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지난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여성 폭력 실태 조사를 실시해 ‘2025년 경기도 여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재단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9~79세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신체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 스토킹, 디지털 성폭력 등 6개 폭력 유형별 피해 경험, 폭력 피해 발생 상황에서의 대처, 폭력에 대한 인식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무려 24.0%가 ‘성추행이나 성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변한 점이 눈에 띈다. 적어도 여성의 4분의 1은 일상적으로 성적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산다는 뜻이어서 안타깝다.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늦은 밤거리를 지나가거나 택시를 탈 때 두렵다’(57.3%)고 느끼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불법 촬영에 대한 두려움’(39.1%),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의 방문에 대한 두려움’(38.4%) 순이었다. 


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은 전반적으로 19세·20대와 30대 등 젊은 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불법 촬영에 대한 두려움, 낯선 사람의 방문, 늦은 밤거리 이동 등의 경우 19세·20대와 30대의 경우 50%를 웃돌았다. 20~30대 여성들은 일상적 삶의 많은 순간에 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에 나타난 최근 1년간 폭력 유형별 실제 피해 경험률을 살펴보면, 정서적 폭력 18.7%, 성적 폭력 9.1%, 신체적 폭력 5.6%, 경제적 폭력 2.0%, 스토킹 1.2%, 디지털 성폭력 0.5% 순이었다. 

 

성평등가족부는 현행 성폭력방지법에 따라 공공기관 등에서 의무적으로 성희롱 방지 조치, 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예방 교육 등을 시행한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는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을 통해 지역사회 인식 개선 도모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상대로는 지역 아동·청소년 성교육 전문기관(청소년성문화센터)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 최초의 젠더폭력 피해자 통합 대응 플랫폼으로서 ‘경기도젠더폭력통합대응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365일 24시간 언제나 성별, 나이, 국적, 장애 등과 상관없이, 하나의 통합창구로 빈틈없이, 끝까지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여성의 젠더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심각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제도적 정책적 성과에 대한 부정적인 현장 민심으로 읽힌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의 폭력 피해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사각지대의 존재가 드러난 점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폭력 유형별 피해율,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피해율, 복합 피해율 모두 고령자, 저학력, 저소득, 별거·이혼·사별, 임시·일용 근로자, 기능·단순노무직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앞으로 정책 방향이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지를 넉넉히 시사한다. 취약 계층 여성들이 위기 국면에서 즉각적으로 보호받는 등 안심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이 더 촘촘하고 깊숙하게 마련돼야 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점검해야 할 요소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시행하는 행정의 효율성 문제다. 숫자에 얽매여 ‘실적’에만 매몰되는 관습적 행정의 폐단을 혁파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량적인 ‘실적’ 지향과 정성적인 ‘성과’ 도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이번 조사 결과는 현행 성평등 정책에 날카로운 비판지점을 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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