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의 정산 시점이 열흘 안팎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수출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관세 행정상 정산 이전과 이후에 따라 관세 환급 절차와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사전 점검과 준비가 시급하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수입자가 신고·납부한 관세를 사후 검토해 최종 확정하는 ‘정산(liquidation)’ 절차를 통관일로부터 통상 약 314일 이후 진행함에 따라 지난해 4월 5일 이후 미국으로 수출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정산이 오는 20일 전후부터 본격화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4월 5일부터 한국산 대미 수출품에 대해 IEEPA를 근거로 10%의 국가별 관세를 부과했으며, 같은 해 8월 7일부터는 이를 15%로 인상했다. 이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당초 예고됐던 25% 관세를 낮춘 것이다.
미국의 관세 행정 절차상 수입자는 먼저 자율적으로 수입신고와 관세 납부를 하고, CBP가 사후 심사를 통해 최종 적정성을 확정한다. 이 정산 과정에서 관세 과다 납부가 확인될 경우 환급이 이뤄진다.
관세 환급은 정산 이전에는 ‘사후정정 신고(PSC)’를 통해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진행 되지만 정산이 완료된 이후에는 CBP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나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등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처리 기간도 상당히 길어진다.
관세 환급의 핵심은 해당 통관 건에서 누가 ‘수입신고자(IOR·Importer of Record)’로 기재돼 있는지 여부다.
미국 관세법상 환급 청구 권한 통관 시 IOR로 신고된 자에게 있어 한국 수출기업이나 현지 법인·자회사가 IOR로 통관한 경우에는 직접 환급 청구가 가능하지만, 미국 바이어가 IOR인 경우 한국 기업은 직접 환급을 청구할 수 없다.
관세지급인도조건(DDP) 거래라 하더라도 관세 비용을 부담했다는 사실만으로 환급 권리가 자동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 경우 환급금이 미국 수입자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환급금 배분 및 절차에 대한 계약상 합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의 적법성을 둘러싼 미국 내 법적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이유로 상호관세를 무효로 판단했고, 같은 해 8월 항소법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사건은 현재 연방대법원에 계류 중이지만, 구두변론 이후 선고 일정이 공지되지 않아 단기간 내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관세 정산 절차는 대법원 판단과 무관하게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실무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설령 대법원이 관세 부과의 위법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효력이 소송 당사자에게만 한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은 자동 환급이 어려울 수 있어, 정산이 임박한 통관 건에 대해 선제적인 환급 대응과 소송 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산이 완료된 이후에는 정산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해야 하며, 이에 대한 결정에 불복할 경우 국제무역법원 제소가 가능하다.
일부 한국 기업들은 이미 관세 환급 권리 확보를 위해 소송에 나섰다. 한국타이어 미국 법인은 CBP를 상대로 IEEPA 관세의 위법성과 납부 관세 전액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전선 미국 법인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제무역법원이 연방대법원 판결 전까지 신규 환급 소송을 자동 정지 하면서 현재 해당 소송들은 계류 상태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정산이 임박한 만큼 수입신고자 여부 확인, 수입자와의 계약 점검, 사후정정 신고 및 이의신청 기한 준수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성은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