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버려진 생명에 손 내미는 사람…안성 슬기로운동물병원 안정민 대표

2026.03.09 06:00:00 14면

“유기동물도 가족입니다”…목욕과 치료로 이어지는 조용한 구조 활동
딸이 데려온 길고양이 ‘지뿡이’,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다
“반려는 책임입니다”…성숙한 반려문화가 유기동물 줄이는 길

 

거리에서 버려진 동물들의 삶은 사람의 선택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누군가는 외면하고 지나가지만, 누군가는 그 작은 생명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민다.

 

안성 공도읍에 위치한 슬기로운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안정민 씨는 그렇게 버려진 생명 곁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는 병원을 공동 운영하며 길고양이 구조와 목욕, 치료 보조, 이동 등 현장에서 몸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맡고 있다.

 

안 씨가 유기동물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거창한 계획 때문이 아니었다. 가족처럼 함께 일하는 병원 직원들과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한 유기견 보호소 관계자가 병원을 찾으면서 봉사의 길이 열렸다.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목욕과 미용 봉사를 먼저 자청하게 됐습니다.”

 

작은 봉사는 점차 치료 봉사로 이어졌다. 보호소에서 치료가 필요한 동물들이 병원을 찾기 시작했고, 병원 의료진 역시 같은 마음으로 힘을 보탰다. 최소한의 비용만 받으며 치료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유기동물을 돌보는 일이 일상이 됐다.

 

길고양이와의 인연 역시 우연처럼 찾아왔다. 어느 날 딸이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따라온 길고양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흘려듣고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다가 비슷한 고양이를 발견했다.

 

“‘야옹아’ 하고 불렀더니 처음에는 숨더니 잠시 뒤 제게 다가와 품에 안기더라고요.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데려온 고양이는 결국 가족이 됐다. 딸의 별명을 따 ‘지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작은 인연은 길 위의 동물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꿔 놓았다. 이후 길고양이를 구조해 병원으로 데려오는 시민들을 보며 진료비를 할인해주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길고양이 치료와 보호 활동에도 참여하게 됐다. 지금은 안성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지정 동물병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구조 사례 가운데에서도 최근 구조된 새끼 고양이 여섯 마리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구조 당시 고양이들의 눈은 서로 달라붙어 있었고, 눈물이 아니라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한 달 가까이 약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며 치료한 끝에 아이들은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병원을 찾는 반려묘 보호자들에게 한 마리씩 입양을 보내며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됐다.

 

“입양된 아이들이 병원에 다시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아이들이 이제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유기동물 구조 활동의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비용 문제다. 선한 마음으로 시작한 보호 활동이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동물을 보호하려는 분들과 ‘애니멀 호더’의 경계가 그렇게 멀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구조 활동을 하는 분들을 더욱 존경하게 됩니다.”

 

그는 유기동물이 계속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사람의 인식’을 꼽는다.

 

“반려동물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순간 가족이 됩니다. 그 책임감을 충분히 고민한 뒤 반려를 결정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들의 성숙한 문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책 중 배변을 수거하고 반려견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작은 행동들이 결국 건강한 반려문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유기동물 정책과 관련해 안락사 비용을 보호와 입양, 중성화 수술 등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씨는 마지막으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바라보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버려지는 동물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버려진 아이들 역시 다시 가족을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거리에서 버려진 동물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그 곁을 지나친다. 하지만 누군가는 멈춰 서서 그 작은 생명을 안아 올린다.

 

안정민 씨가 하고 있는 일은 거창한 구조 활동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내미는 작은 손길 하나가, 버려진 생명에게는 세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단 하나의 기회가 되고 있다.

 

[ 경기신문 = 정성우 기자 ]

정성우 기자 swju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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