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행권’ 보장 중심 도시설계와 관리 시스템 완비를 

2026.03.17 06:00:00 15면

경찰청, 이륜차 보도 통행 무인단속장비 시범 운영 착수


보행자 중심이 아닌 건물과 자동차 중심으로 도시개발이 진행돼오면서 인도와 보도의 안전이 위협받아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토바이 등 이륜차들이 인도를 질주하고, 킥보드 등의 무질서한 주차로 ‘보행권’은 점차 위축돼 왔다. 경찰청이 이륜차의 보도 통행을 근절하기 위해 무인단속장비를 도입해 시범 운영에 돌입한다는 소식이다. 차제에 ‘보행권’이 도시설계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 잡도록 하고, 관리 단속 시스템 또한 혁신되길 기대한다. 

 

최근 배달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인도와 보도를 이용해 주행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커지자, 경찰이 기술 기반의 단속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경찰청은 사람이 다니는 보도를 운행하는 이륜차 등을 단속하기 위해 개발한 ‘보도 통행 단속장비’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 보도에서 주행하는 이륜차나 차량을 자동으로 감지한 뒤 번호판을 인식해 추적하고 단속까지 이어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장비는 보도 통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단해 위반 차량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시범 운영은 수원 KCC 앞 교차로 등 보도 통행 관련 민원이 자주 발생하거나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5곳에서 진행된다. 해당 지역들은 유동 인구가 많고 배달 오토바이 등 이륜차 통행이 잦아 보행자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곳들이다.


경찰은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단속 효과와 기술적 보완 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특히 무인 단속장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신호위반이나 과속 단속 등에 사용되던 고정식 무인 단속장비에 보도 통행 단속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로 운용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장비의 인식 정확도와 단속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전국 주요 지역으로 확대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도심 상권과 전통시장, 지하철역 주변 등 보행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보행권’은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가늠할 바로미터다. 보행환경 개선은 도시의 기후 위기·인구절벽 대응과도 연결된다는 관점에서 토지이용·교통체계 전환 논의의 핵심으로 다뤄져 왔다. 자동차 3천만 시대를 맞아 전국의 도심은 차량에 압도당해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보행자가 다녀야 할 인도를 각종 시설물과 개인형 이동장치가 점령했으며, 특히 어린이·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할 지경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슈퍼 블록’ 사업, 캐나다 밴쿠버시 ‘SEFC 프로젝트’ 등 우수한 보행환경을 구축한 해외의 모범사업들이 있다. 이들 나라는 1인당 GDP 5000불 수준에서 안전속도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 3만불 시대가 되어서야 사람 중심 속도 정책이 시작돼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부른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축된 ‘보행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행자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통시설이 보행자에게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즉각적으로 지자체나 경찰서에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행자는 자동차에 비해 물리적으로 매우 약하므로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운전자들의 각성도 매우 중요하다. 운전면허 시험, 방송매체 등으로 집중 교육을 시행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견해다. 


근본적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건설, ‘보행권’ 중심의 개발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건물과 차량 통행 중심의 도시개발이 만연하는 한, ‘보행권’ 확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이 무질서가 고착화한 상태에서는 당국의 강력한 단속 말고 대책이 없게 된다. 이번 경찰청의 시범사업이 선진적인 ‘보행권’ 확보를 위한 새로운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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