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썩은 사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청과상인만이 아니다. 조직학과 시스템학, 인사론 등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조직을 망치는 ‘썩은 사과’를 진단하고, 골라내기 위한 연구들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서점가에서 조용한 스테디셀러로 떠오르고 있는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썩은 사과’는 이 분야 텍스트북으로 꼽히고 있다.
저자인 미첼 쿠지 박사와 엘리자베스 홀로웨이 박사는 조직개발 컨설턴트이자 미국 안티오크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로 이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저서에서 ‘썩은 사과’가 상자내 모든 사과를 망치고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특히 ‘썩은 사과’는 강력한 독성이 있어 경영진이 문제를 인식했을 때는 조직 전체가 썩은 사과로 인해 기능을 상실하거나 휘둘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썩은 사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전체의 문제로 방치하면 모든 조직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대표적 사례로 20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했던 베어링은행의 파산을 꼽고 있다.
이 은행은 장구한 역사의 거대 기업이었지만 20대에 불과한 ‘닉 리슨’이라는 썩은 사과를 방치했다가 단돈 1파운드에 매각되는 불운을 겪었다.
‘썩은 사과’는 몇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주변 조직원을 창피(모함)주고, 소극적 적대행위를 일삼으며 업무방해까지 하는 이기주의적 모습들이다.
특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피해를 주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패거리를 형성해 힘을 과시한다는 점이다.
‘썩은 사과’는 결코 혼자 썩은 법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추천사를 쓴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그룹 부회장은 위계질서문화로 인해 리더가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아래에는 가혹한 비판을 가하며, 자신의 의견과 지시를 강요하는 한국식 조직은 ‘썩은 사과’가 자라기 좋은 풍토라고 경고한다.
저자들은 해결방안으로 ‘썩은 사과’가 발붙일 수 없도록 사과상자, 즉 조직을 뜯어 고치고 ‘썩은 사과’로부터 조직원을 보호하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이들은 ‘썩은 사과’는 충고와 조언은 시간낭비에 불과할 정도로 절대 회복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적응하거나 떠나도록 하는게 ‘썩은 사과’에 대한 적절한 대응임을 밝히고 있다.
‘썩은 사과’를 보유한 조직은 살아남기 힘들다. 있어야 할 사람은 내쫓고, 나가야 할 사람이 조직을 휘두르는 자기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 조직내에는 ‘썩은 사과’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