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이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국민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선거에 지고 참담해하는 후배 정치인들이 자칫 국민을 탓하는 경솔함을 경계하는 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 뜻은 늘 옳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말뿐이었다. 불통과 독주는 계속됐다. 국민은 6개월 뒤 지난 22대 총선에서 매섭게 윤 대통령을 심판했다. 혹독한 중간평가였다. 총선이 끝난지 한 달. 자기 확신으로 똘똘 뭉쳤던 대통령의 아집도 조금 꺾이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그 반증이다. 당연히, 수시로 했었어야 할 일들이 뉴스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기막힌 현실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했는지 보여준다. 윤 대통령의 지난 2년간 국정운영은 실패했다.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대통령의 편향된 언론관이 핵심이다. 대통령 취임 후 언론 관련 뉴스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일부 언론에 매달렸다. 22대 국민의힘 비례 국회의원 김민전의 말대로 전 조선일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한 소셜벤처 실태조사 보고서(‘21년 기준)에 따르면 경영 애로사항 1순위는 자금조달(61.1%)이었으며 2순위는 인력확보 및 운용(17.9%), 그리고 판로개척(12.8%) 순으로 3순위까지 모두 합하면 91.8%에 달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경제적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사회적금융은 사회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사회적 경제기업에 투자·융자·보증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사회적금융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책임투자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최근 들어 민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기업의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화 등 경영 활동 전주기에 걸쳐 자본의 선순환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투자 방법으로서의 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가 사회젹경제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 2016년에 설치된 ‘경기도사회적경제기금’은 사회적경제기업을 대상으로 장기 저리 융자지원을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나 투자지원 부재로 기금운용에 따른 사회적경제 성장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2024년에 조성된 ‘경기임팩트펀드’는 50억원 규모로 투자기간 4년, 회수기간 4년 등 총 8년 동안 운용되며 경기도에서 출
고교시절, 이 역사를 읽고서 조선에는 세종 말고는 제대로 된 것들이 하나도 없었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쌍욕을 했었다. 그 굴욕의 스토리를 오랫 동안 잊고 살았는데, 영화 ‘남한산성'이 상기시켜 주었다.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를 올리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잊을 수 없다. 조선의 임금이 저 높은 자리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청나라 왕에게 절을 세 번 한다. 한번 할 때마다 이마로 땅바닥을 세 번씩 찍는다. 저질정치가 늘 국난의 원인이었다. 그 굴욕은 마치 a파가 b파의 어깨들과 아지트를 초토화시킨 뒤, 혹시나 남아 있을지 모르는 ‘깡다구’ 기질도 깡그리 유린하는 조폭세계의 인수합병 의식과 차이가 없다. 국가간 정치외교도 그렇다. 나라의 대표들이 참모들과 함께 국리민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디어가 잠든 시간에 주먹 쎈 쪽의 마음대로 이미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점잖고 매끄러운 어휘들로 이루어진 문장으로 힘의 논리를 가리웠을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건달들의 법칙이다. 4.10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부정선거 논란이 없는 걸 보면, 윤패는 이길 것으로, 적어도 반타작은 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 같다. 한달이 지났다. 그 사이,
한국 사회에서 '정상 가족'이라는 개념은 오랫동안 전통적인 핵가족을 의미해왔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족 형태는 유교적 가치관과 가부장제, 효 중심의 사회적 규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정상 가족의 틀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대안 가족'이 부상하면서, 가족의 정의와 형태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정상 가족의 개념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안정과 전통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가족의 형태가 다변화되면서 정상 가족 중심의 규범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 2018년에 방영된 텔레비전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핵가족 대신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나가며 혈연이나 결혼에 국한되지 않는 가족의 정의를 강조한다. 작품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기존의 정상 가족 개념을 넘어서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하고 스칼렛 요한슨과 애덤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아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영화 '결혼 이야기'는
얼마 전 수능 6등급을 받은 학생이 교육대학교에 합격했다는 기사가 났다. 이 사실은 전국 9개 교육대학교에서 입시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는데, 전국 교대에서 합격 점수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두드려졌다. 지방 교대여도 1~2등급이 입학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6등급을 받은 학생이 입학했다는 건 드라마틱한 변화다. 수능이나 내신 상위권 학생 중에서 초등교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공교육 교사직에 엘리트들이 몰렸던 건 경제 과도기에 있던 한국의 특이한 현상이었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스웨덴처럼 대륙을 막론하고 선진국에서 공교육 교사는 비인기 직업이었다. 낮은 급여와 과중한 행정업무, 교사 처우의 꾸준한 질적 저하가 낳은 결과였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교사의 질이 높다고 자부했던 한국도 이제 다른 선진국들처럼 공립 교사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진국에서 겪은 공교육 교사의 인기 저하가 어떤 결과를 불러왔을까. 학급 담임이 가정통신문을 못 쓰거나, 고학년을 가르치지 못하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까지는 ‘학교에서 교사는 교육할 필요 없고, 보육이나 하면 된다’라고 주장하는…
카르페디엠(carpe diem)은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로마제국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시에서 유래되었으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선생이 학생들에게 한 말로 유명해졌다. 카르페디엠과 댓구처럼 사용되는 메멘토모리(mem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고대 로마 시대에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의 개선행진시 노예 한 명이 장군과 함께 하여 계속 이 말을 장군의 귀에 되뇌었다고 한다. 아무리 개선 장군이라도 우리는 신이 아닌 인간이며,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말고 겸허히 살라는 뜻이다. 필자는 몇 개월 전에 인천 송도 끝인 인천대교 시작 지점으로 잠시 거처를 옮겼다. 그후 회사나 고객 상담을 갈 때에도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3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주차장의 구조가 불편하여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불만을 입에 달고 지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실에서 보이는 인천바다의 노을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 말문이 막혔다. 그후부터 나는 자주 노을을 보러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곤 했다. ’노을 하나는 아름답네.’ 불만의 마음이 조금 위로되었다. 그리고 출퇴근할 때에 거리를 눈여겨 보니 내가 어느
미국의 대통령 후보 트럼프는 며칠 전인 4월 30일 타임(Time)지에 4만 명의 미군이 위태로운 위치에 있고 한국이 부자 국가가 되었지만 미국이 군비를 많이 내 거의 무료였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이 수십억 달러를 내기로 했는데 트럼프가 퇴임한 이후 지금은 아주 적게 낸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한국 정부로서는 방위비분담금을 몇 배 더 내느냐 아니면 미군이 철수하도록 할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현재 내고 있는 방위비분담금이 약 1조 2000억인데 트럼프는 과거 50억 달러인 약 7조 원을 요구한 바 있어 한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문제는 갈등이 과거 동북아에서 남북한에만 한정되었던데 반해 최근에는 필리핀, 대만 등을 포함한 동남아를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맞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등에 규제를 가하고 있고 아시아지역에서 노골적으로 군사적인 대중국 포위망을 좁히고 있어 중미 간 전쟁이라는 투키디데스 함정이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최근 필리핀, 대만의 문제로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다.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4월 12일 환구시보(環球時報)와의 인
“선생님, 일본인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언젠가 이 주제에 대해 책을 쓰려고 여쭤 봅니다. 한국인은 사후에도 영원히 산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죽어서도 살아생전에 가진 것들을 못 내려놓아요. 한 예로 대통령들이 죽으면 너도 나도 국립현충원으로 가려고 해요. 그런데 프랑스 대통령들은 죽으면 자연인으로 돌아가 고향에 묻혀요. 두 나라의 문화가 참 다릅니다. 일본인은 어떤가요?” 10여 년 전 동경대에서 연구를 마치고 내게 일본어를 가르쳐 주신 사토 선생님과 송별 점심을 먹으며 드린 질문이다. 그는 왜 하필 죽음이냐며 핀잔을 주시더니 자기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했다. “최상(チョイさん)! 내 나이 이제 예순 셋, 요즘 이상하게 죽음을 생각하게 되네. 며칠 전에도 그랬지. 그래서 다음 날 장롱을 정리했네. 여섯 장의 티셔츠만 남기고 나머지 옷은 처리했지. 나는 독신이라 장례를 조카딸에게 부탁하고 있네. 그 애에게 너무 큰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짐을 최소한으로 정리해야 한다네. (...)” 그날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사토 선생님이 장롱에 여섯 장의 티셔츠만 가지고 계시다는 말이 가장 뇌리에 남았다. “나도 저렇게 심플하게 살아야
이른 아침 운전하면서 평소처럼 헬스장으로 향했다. 대학로 골목길에서 나와 좌회전 하는 순간이다. 대학생 같은 두 명의 젊은이가 ‘X 할 놈’ 하고 욕을 한다. 차에서 내려 ‘지금 뭐라고 욕했느냐?’고 하니까 대들면서 운전 똑바로 하라는 것이었다. 곧 한 주먹 선사하고 싶은 태도였다. ‘거리에 여기저기 CCTV가 있으니 잘 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고 돌아왔다. 하루 종일 오물을 뒤엎어 쓴 머릿속이었다. 미래의 시간을 앞당겨 빌려와 나이 든 사람에게 젊은이들이 어떻게 대하는 지를 선 체험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감정관리 키를 작동시켜 머릿속을 정화하고 싶은 데도 감정세척기 필터 고장인가 스트레스는 가시지 않았다. 일단 안전운행에 대한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알고 마음을 긍정적으로 수습했다. 그날 저녁이다. 식탁에 쑥국이 올라왔다. 막내인 딸이 직장에서 일하고 돌아와 피로할 텐데 핏줄의 써댐인지 봄 쑥을 구해와 쑥국을 끓여 ‘드세요’하는 것이었다. 딸의 쑥국에는 아내의 음식 맛과 어머니의 손맛이 어울려 고향의 맛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 수저 두 수저, 세 수저를 거푸 떠먹었다. 입안에서는 뜨거운 맛이었다. 그러다 식도로 내려가면서 시원하고 달보드레한 국물…
5월 30일부터 22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된다. 늘 그렇듯이 출발은 언제나 희망과 기대감으로 넘쳐난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실망과 심지어는 역대 최악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왜 그럴까? 초심을 잃고 권력 놀이에 빠져 본분을 망각한 행태가 뒤로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22대 의원들은 21대처럼 무능하고, 분노할 줄도 모르고 심지어는 수박이라는 조롱을 받아도 부끄러운 줄 모르던 의원들이 사라졌으니 다를 것으로 예상해 본다. 정치는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기에 22대 의원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물론 우리는 지나치게 법조계 출신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폐가 이번 정권으로 완전히 드러났기에 앞으로는 그 비율이 줄어들 것이다. 22대 국회의 초선 비율은 44%이다. 정치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교체율은 현역 의원들에 대한 실망과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 등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신임 의원 중에는 그동안 검찰·재벌·언론개혁, 인권과 과거사 청산 등 우리 사회의 병폐와 싸워왔던 참신한 인물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