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모바일 투표가 9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된다. 원래 3일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시민 선거인단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기간을 늘렸다고 한다. 특히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신청한 일반 시민 64만3천353명은 민주당의 예상을 2배 이상 초과한 규모로 이 중 88.4%가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투표를 희망했다. 이러한 모바일 투표와 그 열기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정당 역사에서도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처음 있는 일이다.
손쉽게 투표할 수 있는 모바일 투표는 우리나라 정당의 후진적 선거 행태나 문화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무엇보다 과거 전당대회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조직 동원이나 줄세우기 등의 구태가 발붙이기 어렵다. 한나라당을 패닉으로 몰고 간 돈봉투 등 금품선거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얘기다. 정당의 문턱이 크게 낮아지고 민심과 당심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의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표 대결은 힘을 잃게 되고 여론의 흐름이 판세를 좌우하는 여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당대표 선출과정에 당원이 아닌 국민이 자유롭게 참여함으로써 정당이 국민 쪽으로 눈높이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모바일 투표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아마추어 선거인단이 구성되면서 정책이나 비전이 중시되지 않고 이벤트식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정당 구성의 골격을 이루는 당원의 주권이 크게 훼손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념이나 세대의 편향성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동원 부작용도 우려된다. 민주당 경선에서도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과 인터넷 라디오 프로 ‘나꼼수’의 지지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도 올해 총선과 대선의 경선 과정에서 모바일 투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젊은 층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주당이 시작한 모바일 투표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자유로워진 시대가 됐다.
모바일 투표가 이미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를 후진적인 선거문화를 확 바꿔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돈 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물론 당원 주권론 훼손이나 편향적 선동성 등 문제점에 대해서도 차단 책을 찾는 등 적극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