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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찰 인연과 미스터토일렛 심재덕 전 시장

 

생활과 밀접한 문화를 계발해 우리를 편리하게 하고 즐겁게 한 인물이 많다. 이들 가운데 수원이 낳은 세계적인 인물을 내세우면 아마도 심재덕 전(前) 수원시장이 아닌가 싶다. 그는 생전에 여러 분야의 직함을 가지면서 문화에 혼신을 다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일이 해우재(解憂齋)의 건립이었다. 건물을 조감하면 생긴 모양이 변기 형상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정신을 투자한 것은 현대적이고 깨끗한 화장실 문화를 이룩하고 보급하기 위해서였다. 인간에게는 먹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옛말에 서러움 중에 가장 큰 서러움이 배고픈 서러움이라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먹는 데에 모든 것을 집중했고, 오늘날에도 잘 먹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건강에서 또한 중요한 것이 배설이다. 배설 역시 잘해야 건강하다. 이 점을 눈여겨본 분이 바로 심 선생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이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어 먹는 즐거움이 있으면 배설하는 즐거움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착안점인 것이었다.

화장실을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 두고 배설의 쾌감과 즐거움을 느껴보자는 취지였다.

해우재는 2007년 11월에 건립됐고, 이 사업은 후대에도 계속돼야 한다고 간곡히 말했다. 그리고 그 말들이 유언으로 남아야 했다. 그 인터뷰를 마친 한 달 후인 1월 14일, 그는 영면(永眠)했다. 슬픈 일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주기 추모식과 ‘해우재’도록 출판기념회와 추모음악회 초청장을 받고 다녀왔다. 생전의 맑고 깨끗한 인품을 회상하는 것 같아 머리가 저절로 숙여졌다. 문화를 사랑하는 그는 검소한 멋진 신사였다.

나와의 만남, 인연은 당신이 수원문화원장으로 재직하던 89년 겨울로 기억하고 있다. 선배시인으로부터 시와 수필을 청탁 받고 글을 쓰면서 선생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 당신은 “수원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월간지를 발간했고, 나는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우정도 깊어갔다. 잘 다듬어진 외모와 부드러운 언행에, 내면이 무척 따사로운 분이었다. 얼른 범접하기가 어려운 외모와는 달리 당신은 무척 사랑이 넘치는 성품이었다. 유난히도 나를 좋아했고 사랑했다.

나에 대한 애정은 면전에서 끝나지 않았다. 기관장들의 모임인 ‘수요회’에서 내 얘기를 자주하신 것을 나는 다른 기관장에게 들을 수 있었다. “박 시인은 경찰이지만 마음이 부드럽고 포근합니다. 고향이 해남 땅끝 마을이라서 그런지, 의리와 심성이 곱고 정(情)이 아주 많아요.” 공식석상에서 미사여구로 나를 자주 칭찬했다.

빠듯한 시정에도 나의 건의를 받고, 지역치안 안정화를 위해 방범기동순찰대와 합동순찰에 동행하는가 하면, 청소년선도보호를 위해 캠페인 행사에도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참여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때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노력하면서 견제받지 않는 검찰권력으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국민이라며, 이제는 경찰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검찰과 경찰 간 명령복종 관계를 없애는 형소법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을 내어주셨다.

선생은 억울한 옥고를 겪고 수감돼 수의를 입고 있으면서도 내가 보내준 책을 읽어가며 분노와 고통을 이겨내셨다. 추모회 자리는 선정선 여사, ㈔미스터토일렛 심재덕 기념사업회 김병순 회장, 수원예총 김훈동 회장, 역대수원시문화상 수상자들과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한 생전에 수원발전에 기여한 반가운 얼굴들이 자리했다.

3주기 추모음악회는 밤공기를 타고 날아가 지친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들기도 했고, 잠 못 이루고 번민하던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안정을 찾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고된 하루의 끝자락에 평화를 가져다주면서 선생의 수원사랑과 인류애의 정신들이 기억됐다. 그가 없는 자리는 너무 크지만, 문화를 위해 헌신한 위인의 혼(魂)이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아로새겨질 것이라 믿는다.

/박병두 작가·경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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