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초·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기술했다. 지난달 27일 문부과학성 발표에 의하면 일본사·세계사·지리·현대사회·정치경제 등 사회과 교과서 39종 중 21종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우익 성향 교과서는 몇 종 되지도 않고, 채택률도 매우 낮다”며 안심하기도 했지만, 안일한 관점이었다.
특히 중립적 역사 기술을 해오던 야마카와 출판사(시장 점유율 1위)가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일본 사회의 우경화(右傾化) 경향을 대변하고 있다. 채택률도 그렇다. 대표적 왜곡 교과서인 이쿠호샤 중학교 교과서 채택률이 당장 11배로 늘어났다. 왜곡 교과서 수와 채택률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런 변화를 보면 일본은 그 의도를 차근차근 실현해가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늘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하는데 지나지 않아 우리가 저들로부터 조롱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그릇된 역사관을 합리화하고 미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에 강력히 항의하며, 이의 근본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히고 일본대사관의 공사를 불러 항의했다. 광복회는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도전이자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는 불행한 일”이며 “편협한 애국주의 교육으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규탄하고 “독도 영유권 망언을 담은 교과서 검정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처럼 일본 정부를 규탄한 기관·단체들이 많음에도 상대방이 그 항의와 규탄을 심각하게 여기는지는 의문이다. 2008년 여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당시 총리는 “역사, 영토에 대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으로, 한국의 반발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저들에게 그렇게 비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속셈은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는 것이므로 일희일비해 그 잔꾀에 장단을 맞춰주지 말고 학문적 반박을 하자는 학자들의 주장이 나온 것도 예상대로였지만 그 방법도 만만한 건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전문가에게 미루는 나라이고, 일본은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실어 전 국민이 전문성을 지니게 하고 싶은 나라다. 우리가 즐겨 읽는 시오노 나나미는 과거사 문제를 재판에 비유해서 원고측(한국·중국)은 탁자를 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전법(戰法)을 잘 쓰기 때문에 일본은 침묵해버리기 쉬우므로, 침묵하면서 단죄(斷罪)를 피하려면 증거로써 자신들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말로 이런 방식에 익숙한 것이 일본이고 우리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저들의 교과서 왜곡은 이미 다 정해진 일이다. 정해 놓고 흐지부지하는 나라가 있겠는가. 1997년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란 단체의 발족으로 교과서를 통한 독도 영유권 주장이 시작됐고, 2008년에 일본 정부가 학습지도요령(교육과정 기준) 해설서를 통해 이 우익단체의 주장대로 “독도의 영유권은 일본에 있고,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되어 있다”는 교과서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일본의 침략이 턱밑에 와 있는 느낌이고, 전문가는 드물어 잘 보이지 않는다. 대응방법은 이것이다. 우리에게도 전문가가 많아야 하며, 그것은 교육으로써 가능하다. 저들의 역사왜곡을 낱낱이 기술하여 가르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교과서를 개편해야 한다. 안일한 대응으로 이길 수 있는 싸움은 없고, 장차 1억 명의 전문가를 단 몇 사람의 학자가 당해낼 수도 없는 일이다.
/김만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