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백제, 신라 등 3국에서 중국과의 수교품으로 인삼을 보냈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래 전부터 인삼은 중요한 한약재로 쓰여 왔다. 당시 인삼은 산에서 야생하는 것을 채취했기 때문에 지금으로 말하면 산삼을 뜻한다. 원래 인삼은 음지식물로 광합성량이 매우 적어 생장속도가 매우 느리다.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는 산삼이나 산에서 키운 산양삼(장뇌삼)은 1년에 겨우 1g 정도 자란다. 지금처럼 밭에서 크는 인삼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야생삼은 큰 나무 밑에서 자라므로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풀뿌리와 치열한 양분쟁탈전을 벌여야 하며, 비바람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인삼은 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인삼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여러 시도가 있었다. 조선 중기(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은 인삼의 재배를 장려했는데, 소백산 등지에서 산삼씨를 채취해 농가 주변에서 인위적인 재배를 유도했다. 지금의 산양삼 재배와 비슷한 재배방식이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생산량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선 후기 영조 때(1725∼1776) 이르러 지금의 해가림 재배와 비슷한 방법이 개발돼 수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해가림 재배법은 선조들이 개발한 뛰어난 발명품 중의 하나이다. 단열효과가 높은 볏짚을 이용해 해가림을 설치했는데, 이때 남쪽하늘을 가려 뜨거운 직사광선은 막아주고 북쪽하늘은 열어놓아 시원한 산란광이 들어오게 했다. 깊은 산속에서만 자라던 산삼을 평지로 옮겨와 해가림 속에 심고 집중관리를 하면 다수확이 가능했다.
남미 안데스 산맥의 잉카 유적지에는 감자 신품종을 육성하게 위한 특별한 시설이 있었다. 로마의 원형경기장처럼 축구장 절반크기의 깊은 구덩이를 파고 계단식으로 밭을 만들었는데 바닥과 계단 꼭대기의 온도는 2∼3도 차이가 났다. 맨 아래에 감자를 심어놓고 차차 위로 옮겨 심어 가면서 저온에 적응하는 품종을 선발했다. 잉카의 농업과학자들이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리는 노력을 통해 2천여 감자 품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인삼은 육종이 대단히 어려운 작물 중의 하나이지만, 우리 조상도 산속의 인삼을 평지로 옮겨와 지금의 인삼을 만들었으며 현재 10여 품종이 개발돼 있다. 그동안 잘나가던 인삼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존의 중국과 캐나다, 미국, 그리고 새롭게 가세하는 유럽 국가들의 도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캐나다의 기계화재배, 미국의 산양삼재배 등 저가의 친환경 인삼(화기삼)이 국제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아직은 6년근 생산기술과 홍삼 제조기술이 앞서 있어 당분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런 현상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해가림 시설에서는 기계화가 곤란하고 장마철 병해발생이 많은 단점이 있다. 생력기계화 재배로 생산성을 높이고 병해발생을 억제해 친환경 인삼을 생산해야만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우스에서 인삼을 재배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전북 장수의 한 농가는 하우스 재배로 3.3㎡당 6㎏의 인삼을 생산했다.
이는 일반 해가림재배의 2∼3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 하우스 재배는 기계화가 가능하고 복토, 제초 등 중간관리작업이 수월하다. 그러나 일반 해가림시설에 비해 초기 시설비가 3∼4배 정도 더 많이 들어가고 고온장해가 발생되기 쉽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2011년부터 5년 동안 지자체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저비용의 중소형 하우스 재배시설을 개발하고 이에 맞는 재배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중소형의 하우스 재배기술이 개발되면 자재비가 절감되고 설치와 해체가 손쉬우며, 중소형 농기계의 이용이 가능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2013년까지 중소형 하우스 시설 모델을 개발해 농가현장에 접목할 예정이다. 하우스 재배기술이 농가에 접목되면 이상기후, 노동력 부족, 재배관리의 불편함 등으로 줄어들고 있는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고품질의 원료 확보에도 많은 기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