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는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창설된 ‘한국광복군’이다. 요즘 세대는 그때도 우리 군대가 있었느냐고 묻겠지만 엄연히 정규 군대로서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을 건 열혈청년들로 구성됐다. 1940년 9월 중국 충칭에서 발대한 광복군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규군이자 조국해방의 선봉이었다. 실로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일제에 의해 강제해산 당한지 33년만의 가져보는 우리 군대였다.
민족주의 계열을 중심으로 창립된 광복군은 좌파계열의 조선의용대 등이 합류하고 태평양전쟁이 터지자 일본군을 탈영한 젊은이들이 합세, 독자적인 진격작전을 계획할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 무엇보다 좌우 이념대립과 헤게모니 싸움 등의 불화에도 하나로 뭉쳐 무력으로 당당히 조국을 되찾겠다는 광복군의 정신은 지금도 국군의 뜨거운 피로 이어져 흐르고 있다.
광복이후 정치와 학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장준하 선생과 김준엽 전 고려대총장도 광복군출신인데, 이들은 생전 후학들에게 전격적인 한반도 침투작전을 앞두고 일본의 항복으로 인해 자주적 광복을 성취하지 못했음을 크게 한탄했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지만, ‘만약’ 임정소속의 광복군이 진주해 한반도의 일본군을 물리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 이후 한국의 현대사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역사는 1948년을 기산점으로 한다. 미군정의 임시정부 부정정책에 따라 광복군의 법통도 고스란히 국군에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군사예산은 30조원을 넘어섰고 명실공히 세계 10대 군사강국으로 손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세계 3위로 평가되는 육군과 해군, 해병대, 그리고 공군은 예산과 고급인력을 기반으로 첨단무기로 무장해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긴장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국군의 날 행사는 10월 1일이 아닌 9월 24일에 치러졌다. 국군의 날이 추석과 겹쳤고 늦추면 개천절, 당기면 주말과 충돌한다는 이유다. 국군의 날이, 아니 국군과 국방의 중요성이 훼손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저 뉴스의 단편으로 국군의 날이 흘러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을 타고 흐르는 국군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현재 10월 1일인 ‘국군의 날’을 광복군창설 기념일인 9월 17일로 변경하고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외교와 경제뿐 아니라 원색적 힘인 군사력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정파와 이해관계 그리고 이념적 진영논리를 떠나 국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