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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풍… 진정한 힐링… 천상병예술제

경기북부의 대표적 문학축제인 천상병예술제가 내일 막을 올린다. 올해는 천상병 시인의 추모 20주기이자 예술제 10주년이어서 더 뜻 깊고 반갑다. 지난 10년 동안 알찬 예술제로 가꾸어 온 의정부예술의전당, 천상병시인 기념사업회, 의정부시 관계자들에게 치하의 박수를 보낸다. 천상병예술제는 이제 경기북부뿐만 아니라 경기도가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도 손꼽아 주는 문학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아픔과 고통을 맑은 영혼으로 승화시킨 시인의 천품 자체가 예술제 성공의 바탕이겠으나, 이 시대에 그 정신의 맥을 되살려가고자 모색하는 노력도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올해 예술제에서 새롭게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제1회 천상소풍길 ‘문학산책’이다. 문인들과 시민들이 스스럼없이 어우러져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던 시인의 시심을 되새기며 자유로운 산책을 즐기자는 취지다. 문학산책은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출발해 시인을 기리는 천상쉼터 ‘소호’~문화살롱 ‘공’으로 이어지는 길을 함께 걷기도 하고, 시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막걸리와 시, 음악을 나누면서 교감을 주고받도록 짜여 있다. 천상소풍길 문학산책은 시인의 묘소를 찾아가는 천상노제 봄소풍(27일)과 더불어 참가자 모두에게 큰 감동과 감흥을 안겨 주리라 기대된다.

19일부터 개막하는 추모 20주기 천상 특별미술전은 <천상의 나무 ‘천목’>전과 시인의 유품전, 소품전으로 꾸며진다. 시인의 소박하면서도 맑고 투명한 삶의 자취를 대할 수 있는 자리다. 예술제프로그램 중에 그동안 가장 사랑을 받아온 ‘시가 흐르는 천상음악회’(27일)는 올해도 출연자들의 면면으로 보아 담백하면서도 여운이 짙은 시간이 될 듯하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천상병 시문학상 시상식과 천상문학포럼, 천상백일장 역시 좋은 성과를 이어가리라 믿는다.

세간에서는 천상병 시인을 기인(奇人)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기인이기 전에 시대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던 불운한 천재다. 1967년 이른바 동백림 사건에 말려들기 전에 쓴 시와 평론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날카로운 지성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지독한 고문과 억울한 옥살이는 그의 몸과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었지만, 그는 고통을 이겨 내고 해맑은 웃음을 되찾으며, 우리의 친근한 이웃으로 천진난만한 무소유의 삶을 살고 하늘로 돌아갔다. 조악한 ‘힐링’ 상술이 넘치는 요즘 세태에 견줘 보면 천 시인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힐링’의 모범이라 할만하다. 제10회 천상병예술제가 시인의 정신을 오롯이 되살려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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