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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신비를 드러낸 천지에서

 

7월 5일에 갑자기 떠난 3박4일은 최상의 기후로 최상의 여행이었다. 중국의 연길을 통해 들어간 숙소에서 20분 정도 달리니 백두산 입구다. 중국에선 백두산을 長白山이라고 부른다. 자작나무와 사스레나무가 산 입구부터 산을 오를수록 풍파에 이리저리 휘어진 모습이 산의 기후가 얼마나 변화무쌍한가를 알게 한다.

중턱쯤에서 초목이 자라지 못해 작은 풀밭이 펼쳐지고 창밖엔 작은 야생화들이 즐비하게 피어있다. 잘 정리된 구불구불한 길에 수많은 봉고버스가 오르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중국의 수입원일 것이다 생각하니 이북의 백두산을 그냥 묵혀두는 게 안타깝게 느껴진다.

가이드는 열 번 와서 세 번 보기 힘든 백두산 천지인데 우리들한테 덕을 많이 쌓은 사람들이라고 축원을 한다. 천지 근처 천문봉주차장에 내리니 사람이 꽃이다. 인산인해를 이룬 행렬이 순례객처럼 열을 지어 오른다. 천지에서 무엇을 찾고 무엇을 얻으려는지 흐드러지게 핀 꽃처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천지를 향해 걷는다. 15분 정도 걸어 오르니 많은 사람이 벽이 되어 천지를 가리고 있다.

천지는 새파랗다 못해 청옥빛 나는 물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백두산 천지는 이미 사람들 마음의 성지가 된 곳, 성지는 좀체 얼굴을 보이지 않다가 마음 내키는 날 이거 보란 듯이 활짝 문을 열고 본래의 모습을 다 드러내놓는데 오늘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태로 태고의 신비를 보여주고 있다.

용왕담이라고도 하는 천지의 둘레는 14.4km, 최대너비 3.6km, 최대깊이 384m, 수면 고도 2천257m의 칼데라 호다. 천지 둘레에는 최고봉인 장군봉이 있으며 향도봉, 쌍무지개봉 등 16개봉이 있다고 한다. 수온은 10도 내외로 빈영양호(賓營養湖)이므로 식물성 부유생물, 작은 곤충류, 물속이끼류가 살고 있으나 파충류는 서식하지 않는다. 1984년 북한에서 수많은 산천어 치어를 백두산 천지에 넣어서 현재는 천지산천어가 서식한다. 호수 북쪽의 한 곳이 터져서 물이 흘러나가는 달문이라고 하는 화구뢰를 이룬다.

내 생애에 백두산 천지를 만나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눈이 부시게 푸른 천지는 제 모습을 한 곳도 가리지 않고 다 드러내놓고 있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천지를 호위하듯 솟아있고, 맞은편 먼 곳에는 눈이 아직도 녹지 않고 하얀 줄기를 그리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백두산은 우리의 산이라고 귀가 닳도록 듣고 자랐다. 애국가에도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란 표현이 있듯이 백두산은, 천지는, 우리의 영혼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백두산과 천지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도록 신비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청옥빛 수면은 마치 신선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도도한 기품이 서려 함부로 접근할 수 없도록 진한 무게를 지니기도 했다. 천지 봉우리에는 사람들이 구름떼를 이루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떼 지어 천지로 몰려들고 천지 물빛과 어울리는 환상적 그림이다.

1시간 30분 머무를 동안 그 신비의 성지, 천지를 북한에서 볼 수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백두산을 개방해서 그 많은 관광객들을 받아들인다면 북한 주민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여행이었다.

▲(사)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저서: 시집 <연밭에 이는 바람>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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