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간에 지겨운 돈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11~12월분 누리과정 지원예산이 문제다. 도교육청이 도에 655억원을 전출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도에서 진작 넘어왔어야 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결산차액, 학교용지분담금 등 2천94억원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도는 누리과정과 학교용지분담금 등은 별개의 사업이므로 이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잘못이 누구에게 있던 오는 25일까지 전출금이 해결되지 않으면 누리과정 사업은 전면 중단된다. 두 기관이 다투느라 3~5세 어린이 보육·교육 사업이 올 스톱하는 것이다.
두 기관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싸움이 두 기관 공무원들에게는 의미 있는 다툼일지 몰라도, 어린이와 학부모는 알 필요조차 없는 일들이다. 저들 사이에 어떤 해묵은 감정이 있든, 복잡한 회계 방식과 까다로운 법 해석을 어린이와 학부모가 왜 알아야 하나. 두 기관은 속으로 큰 진통을 겪더라도 이미 결정된 교육 사업은 제대로 추진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럼에도 예산 문제를 외부화시켜 교육 중단 운운하는 지질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양쪽 다 한심하다.
두 기관이 언제나 협력하는 모습만을 보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교육을 둘러싸고 얼마든지 갈등하고 충돌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첨예한 화두인 교육 갈등은 일정 부분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어떤 교육이 바람직하며, 어떻게 변해가야 하는지에 대한 공론의 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과 재정에 대한 갈등도 건전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바람직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3~5세 어린이들의 보육과 교육을 둘러싸고 이런 식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누가 바람직하다 할 것인가. 아이들을 볼모로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 위한 부끄러운 기 싸움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도나 도교육청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모르는 도민은 많지 않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교육문제에서만큼은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떻게 하든 교육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쪽이 승자다. 도와 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전출금 싸움이 도민들에게 치킨 게임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런 다툼에서는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해법 모색에 주력하는 쪽이 여론의 지지를 받게 마련이다. 만약 11월 누리과정이 중단되면 어느 쪽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