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이주희
아이가 숨는 곳은 늘 빤하다
보자기만 한 틈서리로 비집고 들어간 다음
얼굴만 가구나 물건 뒤로 감추고는
등이 보이건 엉덩이가 드러나건 상관없이
대장님 어디 있나? 우리 대장님 어디 있나? 연발한다
나는 안 보이는 척, 안 들리는 척
대장님 어디 갔을까? 정말 안 보이네
맞장구쳐준다
아이는 까꿍 하며 튀어나와서는
한껏 의기양양해져서
비 그친 하늘의 햇덩이 같은 웃음을 터트린다
- 이주희 시집 ‘마당 깊은 꽃집’/푸른사상·2016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아이와 어른과의 숨바꼭질은 아이가 기준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진지하고 최선을 다한다. 쫓기다가도 구멍에 얼굴 파묻고 완전히 숨은 줄 아는 타조처럼 아이도 눈이 안보이면 모두 안 보이는 것이다. 현상의 이면은 보이지 않는다. 성장해 가면서 내면의 빈 곳을 채워가지만 아이가 보는 세계는 눈에 보이는 딱 그만큼이다. 그것도 스스로 잘 숨었다고 자부하며 ‘튀어나와 햇덩이 같은 웃음’을 웃는 천진함. 순수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