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행정자치부에서는 지방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시·군간 재정격차 해소 등의 재정 형평을 위해 조정교부금 제도를 개선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경기도의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에 우선 배분되던 조정교부금 재원 5천244억원을 다른 25개 시·군으로 조정·배분하게 된다. 또한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를 공공세로 전환하여 재분배하게 된다. 이는 일견 지방재정의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앙정부의 책임성은 간과한 채, 지방정부 간의 갈등만을 초래함으로써 더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최근 확대되는 공공 재정의 많은 부분이 복지영역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지방재정 개편은 해당 지역의 복지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 등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회복지예산이 전체 지방예산의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동안 사회복지예산은 연평균 11.5%의 속도로 증가하여 전체 지방예산의 증가율 5.5%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어 지방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복지 수요가 빠르게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지방정부가 복지사업들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기보다 시범사업의 형태로 무분별하게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식의 행정적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실제 재정 부담을 들여다보면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의 확대로 인해 그에 대응해야하는 지방비가 급증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가시책 복지사업이 확대되면서 대응 지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 예로, 중앙정부와 국회가 지방정부의 동의 및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0~2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 시행을 결정하면서 이에 따른 재정부담을 지방정부로 떠넘기고 있다. 0~2세 영유아 무상보육을 기존 하위 70%에서 소득과 관계없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면서 이를 위해 국비 3천697억원을 증액 편성하였다. 그러나 영유아 보육사업은 전액 국비사업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40~50%의 재원을 분담하게 되어 있어 국비 증액에 따라 지방비도 약 3천279억원이 증액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지방세입 감소, 사회복지 수요에 대한 세출증가 등의 이유로 이를 마련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고 있다.
이미 서구의 경우 의료건강이나 연금과 같은 전국 공통적 프로그램은 중앙정부가 설계하지만, 보육 등의 사회서비스는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있으며, 지방정부별로 차등화된 프로그램을 스스로 설계하고 그 재정 부담을 중앙정부와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에 오히려 과도하게 관여하려 하고 있다. 한 예로, 정부에서는 2013년부터 신설·변경되는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사전에 협의·조정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는 사회보장 급여의 효과성을 높이고 선심성 및 유사·중복 사업의 확대 및 신설을 억제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복지 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된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자체 사업을 보건복지부장관과 의무적으로 협의·조정하도록 하는 것은 지방자치 원리와 정부의 지방분권화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복지에 대한 국민의 수요는 오히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각 지역의 다양한 복지욕구에 대응하고, 주민의 삶에 밀착된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경기도내 수원시와 연천군의 복지는 우선순위, 내용과 방식이 달라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연금 및 의료와 같은 공통적 복지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지방정부가 지역복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그리고 재정적 책임과 권한을 적극 지원해야한다. 현재의 지방재정 개편과 같은 근시안적인 방식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인 해결대안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