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바라보며
/윤기묵
노동하는 손이란 그런 거다
처음에는 손가락의 작은 상처에도 마음 상하다가
마디가 굵어진 손가락이 조금은 창피하다가
굳은살 박인 손바닥이 왠지 남의 손 같다가
주먹 불끈 쥐면 저도 모르게 자신감도 생기다가
시리고 터져도 장갑 안 낀 맨손이 더 편해지는 거다
그 손을 자랑스러워하는 세상의 자식들은
염습할 때 정성스럽게 두 손 꼭 감싸주는 거다
- 윤기묵 시집 ‘역사를 외다’중에서
노동자의 손과 사무직의 손은 다르다. 손이 얼굴이다. 얼굴은 이곳저곳 성형할 수 있지만 손은 그 사람의 생활을 보여준다. 나도 모르게 힘줄이 드러난 오른손 손등을 왼손으로 덮을 때 있다. 눈치도 없이 오른손을 따라 왼손 또한 힘줄이 퍼렇게 힘을 준다. 답답해서 설거지 할 때도 고무장갑을 끼지 못하니 곱고 부드러운 손을 기대할 수 없다. 그 모습 그대로 민낯처럼 보여줄 수밖에 없다. 정직하면 정직할수록 손이 편해지는 거다. 내 몸에서 가장 부지런한 곳이었으니 자랑스럽게 내놓을 것이다. 마지막 내 손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도록.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