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이재훈
꽃 속에 산다
웅덩이에 잠겨
달콤함에 취해
먹고 싸며 늙는다
그곳이 지옥인 줄 알고
기어 나올 때
지옥을 보려고 온 사람들
예쁘다고 기념할 때
벌레들끼리 서로 눈 마주쳐
징그러워 깜짝 놀랄 때
마지막 계절은
툭 떨어진다.
- 이재훈 시집 ‘벌레 신화’에서
우리는 벌레 속에서 하루를 시작 하고 하루를 마감한다. 이 시에서 시인 역시 우리 인간들은 벌레이고 사회구조는 지옥임을 이미지화 하였다. 벌레처럼 낮은 포즈로 기어 다니며 고통스럽게 살아야하는 현실 속에서 마취와 환각상태에 빠져있는 또 다른 벌레들이 사는 세상을 고발하고 있다. 꽃 속에 파묻혀 환락가 같은 웅덩이 빠져 그 달콤함에 취해 허우적거리는 벌레들, 그곳이 지옥인지 모르고 아직도 세상을 탐하고 있는 벌레들, 본인이 벌레인지도 모르고 벌레를 싫어하는 인간들, 아직도 물질만능주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그 안에서 온갖 탈법과 반칙을 일삼고 살아가는 인간들, 그러면서도 반성을 모르고 낯설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들은 정말로 벌레인 것이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