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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거짓말하는 청소년, 어떻게 할까요?

 

Q: 딸 키우기 쉽다 생각했는데 사춘기가 되니 전혀 아닙니다. 참고서 사라고 준 돈으로 친구와 영화를 보기도 하고, 도서관 간 줄 알았더니 놀고 왔더군요. 자꾸 거짓말만 하니 어디에 가서 무얼 했는지 물어보게 되고, 아이는 왜 자꾸 물어보느냐며 짜증을 냅니다.

자녀가 어릴 때 하는 거짓말은 인지발달과정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청소년이 된 자녀의 거짓말은 많은 부모들의 걱정거리입니다. ‘청소년기 반항’에 대해 연구한 낸시 달링 박사와 린다 콜드웰 박사에 따르면, 십대 청소년의 96%가 부모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만큼 청소년들은 부모님과 행복한 관계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청소년들의 거짓말을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즉 관계를 깨뜨리지 않음으로써 부모님에게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비난하고 야단친다면 당장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하는 청소년 자녀들을 둔 부모님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드립니다.

첫째, 친밀한 관계를 쌓는 것이 우선입니다. 친밀한 부모자녀 관계에서는 자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자녀에게 ‘너는 내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어. 엄마아빠는 이미 너를 충분히 사랑하고 믿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친밀한 관계를 쌓기 위해서 부모는 자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한 좋은 추억을 많이 가질 때 비로소 친밀한 관계가 유지됩니다.

둘째, 비난이 거짓말을 만들 수 있으니 수용하고 존중해주세요. 청소년기는 부모와 정서적으로 분리되면서 독립된 인격체를 형성하는 시기입니다. 청소년기의 중요한 과제는 자기정체성을 건강하게 수립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자녀들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방식을 존중하고 비난하지 않아야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제 막내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엄마, 저 20만 원을 잃어버렸어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요.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속상해요.”/ “그래? 속상하겠구나. 그 돈이 어디 갔을까? 한 번만 더 찾아보지 그래.”

저는 함께 걱정해 주었습니다.

그때 아들 옆에는 친구가 있었는데 “어떻게 엄마한테 그런 이야기를 다 말하니? 우리 엄마는 ‘너는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느냐’고 혼을 낼 거야.”라며 자신이라면 안 잃어버린 체 거짓말을 했을 거라고 말했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비난이 거짓말을 만든다’는 사실을 더욱 절감했습니다. 자녀들은 비난을 받기 싫어서 부모에게 거짓말을 합니다. 비난받을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자녀의 감정이나 느낌들, 자신의 생각이나 결심들을 자유롭게 말해도 부모가 비난하지 않고 수용해주고, 존중해주는 태도야말로 거짓말을 예방하는 비결입니다.

셋째, 더 품격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성품’을 훈련해야 합니다. 자녀가 거짓말하는 습관을 고치려면 더 좋은 생각·감정·행동으로 더 품격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 바로 ‘좋은 성품’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좋은 성품이란 ‘갈등과 위기상황에서 더 좋은 생각, 더 좋은 감정, 더 좋은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영숙, 2005)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 도서관 다녀올게요”라고 거짓말을 한 뒤 친구와 노는 것보다 “엄마, 친구랑 영화보고 네 시까지 돌아올게요”라고 말하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불안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님으로부터도 더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해야 합니다. ‘거짓말보다 솔직한 것이 낫다’는 걸 깨달을 때 도덕적으로 좋은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지요.

셰익스피어는 정직만큼 부유한 유산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녀들은 정직하게 말하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옳고 그름에 대해 분별하고, 정직을 선택하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우리는 정직이야말로 품격 있는 가치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부모가 먼저 정직하게 말함으로써 정직을 귀한 가치로 여기는 좋은 성품의 자녀로 양육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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