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김종경
삵이 다가오자
물 밑의 세밀한 근육들부터
파르르 떨렸고
오리와 두루미들이
먼저 시퍼렇게 질려
날아갔다
그 하늘
흔들리던 구름에
깜짝 놀란
피라미 새끼들
한 방향으로 몸을 쓰러뜨려
일제히 발광하는
눈부신 오후
- 시집 ‘기우뚱, 날다’
김종경 시인은 시인이자 언론인이며 프로패셔널한 사진작가이다. 몇 달 전 그의 <독수리의 꿈> 사진전을 보고 경탄해마지 않았던 적이 있다. 독수리의 웅혼한 기상을 다양한 앵글로 포착한 그 집념과 예술적 안목에 새삼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장면의 피사체를 찍기 위한 피나는 고투를 짐작하건대 시 속의 저러한 풍경도 필시 같은 맥락의 투철한 과정 중에 획득한 것이리라. 독자에게는 시 속에 드러나는 저러한 눈부신 오후와 함께 거기에 집중하고 있는 시인의 올곧은 예술혼은 물론 대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겹쳐 떠오른다. 그러므로 물 밑의 세밀한 근육을 볼 수 있고, 시퍼렇게 질린 오리와 두루미에 마음 켕기고, 흔들리는 구름에 놀란 피라미 새끼가 빛을 발하는 어떤 눈부신 오후를 순간적으로 포착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과 시를 넘나드는 시인의 예술혼에 갈채를 보낸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