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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오래된 서고

 

 

 

오래된 서고

                        /김경성

백사장에 흩어져 있는 새들의 말과 책 속에서 흘러나온

말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졌다

저릿한 말들이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오! 온몸 가득히 느껴지는 오르가즘

화라락 불붙듯이 한꺼번에 서고를 덮치는 해일

속수무책이다

 

 

“백사장에 흩어져 있는 새들의 말”이란 아무래도 새들이 자신의 온몸을 눌러 찍은 ‘발자국’일 것이다. 그 ‘발자국’은 각각의 새들이 축적한 경험의 함축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의지이자 언어다. 하늘로 솟구칠 때의 놀라운 비행력과 허공에 멈춰 있을 때의 부력도 내재한다. 가벼운 깃털 사이에 스며드는 부드러운 햇살과 스산한 바람, 그리고 새들의 시선에 스며든 원근도 있다. 새들의 발자국은 밤을 열고 닫으며 적극적인 부재를 산출한다. 의외로 새의 ‘발자국’은 중력에서 가장 먼 언어다. 찍히자마자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새들은 모래사장에 내려앉아 새하얗게 다가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순간 날아올라 허공을 찢는다. 이것이 시인이 “백사장에 흩어져 있는 새들의 말”에서 읽은 것이다./박성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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