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68>-깨달음의 길

2007.06.12 20:16:09

남전의 기발한 근기 설법-소설가 이재운

한자는 남천이라고 쓰지만 이름으로 읽을 때에는 남전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식의 한자가 스님들의 법명에 이따금 나온다. 이름으로 쓰일 때만 변하는 것이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용례를 따로 공부해야 한다.

남전의 오도 장면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대신에 제자들과 나눈 선문답이 많이 전해진다. 그 선문답 가운데 자주 인용되는 것을 몇 가지 소개한다.

어떤 스님이 남전을 찾아와 문안을 드리고 나서 두 손을 맞잡고 가만히 서있었다. 어른을 뵐 때 우리나라 사람들도 흔히 하는 자세다. 그러나 남전은 슬며시 핀잔을 주었다.

“속인스럽구나.”

그러자 그 스님이 깜짝 놀라 잡고 있던 손을 모아 합장을 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가만히 보아 넘길 남전이 아니었다.

“중스럽구먼.”

상대 스님의 어떤 점을 깨우치기 위해 이러한 문답이 나왔을까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어떤 스님이 발우를 씻는데 남전이 그걸 바라보고 있다가 냅다 발우를 빼앗아버렸다. 발우를 빼앗긴 스님은 상대가 대선사이니만큼 아무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투덜거릴 뿐이었다. 게다가 짓궂은 남전은 그 스님이 어떻게 하나 하고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입만 바짝바짝 탈 뿐 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대선사 앞이니 말이다.

마침내 남전이 말했다.

“발우는 내 손에 있다. 입 속으로만 중얼거린들 무슨 소용이냐?”

바로 이런 것이 근기 설법이다.

어느 날 남전은 절 살림이 잘 되어가는지 살피기 위해 여기저기 경내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발길이 채소밭에 이르게 되었다. 그곳에는 마침 한 스님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스님을 보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남전이 순간적으로 기발한 근기 설법을 연출한다.

남전은 기왓장을 집어들어 그 스님에게 냅다 던졌다. 기왓장으로 맞았으니 아프기도 하련만 얻어맞은 스님은 상대가 남전 대선사라는 것을 알고는 우물쭈물했다. 남전이 무슨 말인가 걸었지만 상대가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대답을 기다리던 남전은 이윽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획 돌아서 다른 곳으로 갔다.

채소밭 일을 마친 스님이 돌아오는 길목에 다시 남전을 만나게 되었다. 남전은 벌써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남전이 한 발을 들고 다른 한 발로만 서있는 것이었다. 두 스님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고 그대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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