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70>-깨달음의 길

2007.06.14 21:09:52

“공겁에도 부처님이 계셨을까?”-소설가 이재운

 

어느 날 남전은 귀종, 마곡 두 도반과 함께 남양 스님을 친견하러 가게 되었다.

도중에 남전은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네들이 옳게 말하면 내가 남양 스님을 뵈러 갈 것이다.”

그러자 귀종은 원 속으로 들어가 앉아버렸고 마곡은 여자들이 하는 큰 절을 했다.

“그렇다면 난 안 가겠다.”

남전은 발길을 돌려 남양을 친견하러 가지 않았다.

남전이 심심했던 모양이다. 이것은 공안이나 화두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깝다.

말 하는 사람이 말을 했고, 듣는 사람이 들었다. 두 사람의 대답이 형태는 다르지만 내용은 같다.

안 가겠다는 것은 도반들의 대답을 긍정하는 것인가, 부정하는 것인가.

남전이 나(羅)를 치고 있던 신산에게 물었다.

“뭐 하나?”

“나를 칩니다.”

“손으로 치나, 발로 치나?”

“화상께서 말씀해주십시요.”

“잘 기억해두었다가 작가를 만나거든 전해라.”

‘작가’는 활기있고 기량있는 학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중에 훌륭한 학인을 만나거든 이 일을 전하여 배우라는 것이다.

남전이 양흠이라는 스님에게 물었다.

“공겁에도 부처님이 계셨을까?”

“계셨지요.”

“누군데?”

“양흠이라는 분이지요.”

이 세상에 아직 아무 것도 없었던 아주 오랜 옛적을 공겁이라고 한다.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 우주가 생기기 이전이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 이전의 개념만이 표현 가능한 것이다.

글자 그대로 아무 것도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남전은 그것을 소재로 괴상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질문을 받은 양흠이라는 스님도 좀 모험을 부려본 대답을 했다.

그러나 역시 그대로 물러날 남전이 아니었다.

“그래, 양흠 부처님은 어떤 불국토에 사셨는가?”

그 말에 양흠은 얼굴이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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