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33>-깨달음의 길

2007.09.13 20:12:10

태고를 고려로 돌려보내는 석옥 - 소설가 이재운

 

“원주!”

“예!”

“차 마시고 가게.”

차나 마시고 가라는 말이 무어냐고 묻는 제자에게도 역시 차나 한 잔 마시라고 말했다.

9연의 서래음은 달마 대사가 중국에 온 뜻을 가리키는 말이다.

10연의 영산은 부처님이 설법하시던 곳으로 여기서는 부처님으로 비유되어 있다. 19연의 철우는 중국 하나라 우왕이 물을 막느라고 만든 무쇠소로서 머리는 하남에 있었고 꼬리는 하북에 있었다고 하며 부동착(不動着)이나 정식(情識)을 떠났다는 뜻이다.

석옥은 바로 이와같은 태고의 태고암가를 들어보고 나서 감탄을 한 것이다.

비록 석옥이 아닌 범상한 이가 읽어도 그윽한 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문이다.

물론 독자들은 한문으로 된 원문을 직접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서 훨씬 싱거울 것이다.

시로서 똑똑 맞아떨어지는 운(韻)과 리듬있게 흘러가는 시냇물같은 율(律)의 맛이 번역 과정에서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석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고를 불러들였다. 첫 인상이 과연 옳은지 따져보고 싶어진 것이다.

석옥은 태고의 정신 능력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두 스님은 선문답이라는 전투를 벌였다.

활을 쏘고 받고 창을 던지고 막는 싸움이 끝나자 석옥은 태고의 깨달음을 인가하였다.

“노승이 비록 산 속에 묻혀 있으나 항상 조사의 법문으로 제자를 가르쳐 온 지가 오래 되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자네를 만났네.”

“선지식은 억겁을 지내도 만나기가 어려운 것이라는데 제가 오래도록 스님을 모시고자 합니다.”

그러자 석옥은 태고의 청을 거절했다.

“그래서는 안되네. 보름간 머문 뒤에 고려로 돌아가게.”

태고는 며칠간 있다가 석옥에게 이렇게 물었다.

“스님께 묻겠나이다. 지금까지 가르쳐 주신 것 외에 다른 것이 또 있습니까?”

석옥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노승도 또한 이러하고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도 또한 이러할 뿐이니 그밖에 무엇이 따로 있겠나? 난 칠십 년 내 살림을 자네에게 몽땅 주었네. 삼백 근이나 되는 무거운 짐을 덜었으니 나는 이제 두 다리 쭉 펴고 자게 되었네.”

석옥은 태고가 떠나는 날 최후 문답을 나누었다.

멀리 고려로 제자를 돌려보내는 부모의 심정으로 태고를 마지막으로 더 단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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