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37>-깨달음의 길

2007.09.19 19:24:36

나옹의 법기 중국 전역에 떨쳐 - 소설가 이재운

 

평산은 나옹에게 전법게를 내렸다.

불자와 법의를 이제 부촉하니

돌 가운데서 티없는 옥을 골라냈도다

육근(六根)에 영원히 맑은 보리(菩提)를 얻었으니

선정과 지혜의 빛이 두루 충만함일세

나옹은 얼마 뒤 평산을 하직하고 낙가산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명주의 고목(枯木) 화상을 찾아갔다. 나옹이 고목에게 예를 드리자 고목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입을 열었다.

“수좌는 좌선을 할 때에 어떻게 마음을 쓰는가?”

“제겐 쓸 마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항상 그 몸뚱이를 끌고 다니는가?”

나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번쩍 뜨고 고목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고목이 말했다.

“그것은 자네의 부모가 낳아준 것이고 부모가 낳기 전엔 무엇으로 보았는가?”

고목의 물음에 나옹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낳는 건 무엇이고 낳기 전은 무엇입니까?”

고목이 웃으면서 나옹의 손을 덥석 잡았다.

“누가 고려를 멀다 하랴!”

그 뒤 무주 복룡산에 있는 천암(千岩), 원장(元長) 두 선사를 찾아갔더니 때마침 천암은 천여 명의 납자들을 모아놓고 입실을 시험하는 중이었다. 다른 절에서 몰려온 스님들을 일일이 시험을 보아서 가리킬 만한 그릇인지 판별하는 것이다.

나옹도 납자들의 무리에 끼어 차례를 기다렸다. 나옹의 차례가 되자 천암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정자사에서 옵니다.”

“부모 이전의 고향이 어딘가?”

“오늘 아침이 사월 초이틀입니다.”

천암은 껄껄 웃으면서 입실을 허락했다.

“눈 밝은 사람은 속일 수가 없구나.”

나옹은 그 후 중국에서 처음 만나 깨달음을 인정받았던 지공에게 다시 돌아가 법의와 가사, 불자, 범초 신서(梵草信書) 한 장을 신표로 하여 그의 법을 전해 받았다. 그 뒤 나옹은 고려로 돌아와 우리나라의 선기(禪機)를 빛냈다.

나옹의 말년에는 그를 친견하기 위해 몰려드는 전국의 승려들로 회암사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때에 이러한 성황을 시기한 대간이 공민왕에게 참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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