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화상 고3 여고생의 눈물겨운 희망찾기

2008.04.07 21:53:25 9면

속깊은 우등생 “이모 구하겠다” 불길에 몸 던져 참변
“회복 늦다” 진통제 거부… 불편한 몸 불구 책 안놓아

 

지난 2월 22일. 이유를 알 수 없이 일어난 불은 매캐한 연기와 함께 순식간에 민경이네 집을 집어삼켰다. 방 안에서 저녁을 먹고 있던 민경이를 비롯한 다섯 남매와 가족들은 가까스로 집안을 빠져나왔지만 민경이의 이모는 미쳐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삽시간에 번진 불은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칠흑같았지만 민경이는 이모를 구하기 위해 다시 불타는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모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날 화마의 참변은 이모를 구하려던 민경이의 온몸 만 할퀸 게 아니라 열아홉 민경이의 여린 가슴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올해 고3이 된 꿈 많은 여고생 전민경. 학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민경이는 2년 전 광주 경화여고에 수석 입학한 이후 단 한번도 장학금을 놓쳐본 적이 없다.

그런 민경이가 심한 화상으로 운명까지 달리할 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민경이 어머니는 순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1남4녀 중 둘째인 민경이. 유난히 자신을 많이 닮은 민경이가 곁을 떠날까 매일 밤 민경이 머리맡에서 눈물로 밤을 지샌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경이는 한때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남겨질 가족들과 돌아가신 이모를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 없었던 민경이는 눈물마저 말라 없어질 때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예전처럼 학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온 몸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민경이는 진통제마저 거부했다. 이유는 단 하나, 진통제에 마약 성분이 있어 치료 속도가 늦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손을 움직일 수 없어 책을 보지 못할 때는 TV 등을 통한 동영상 강의를 들었고, 겨우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됐을 땐 독서대를 구해 책을 봤다. 우리나라 화상 치료의 1인자로 불리는 전욱 교수도 민경이의 회복 속도가 기적이라고 생각할 만큼 빠르다고 했다.

한강성심병원에서 1차(2월26일), 2차(3월16일), 3차(4월4일) 수술을 마치고 또 다시 4차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민경이는 요즘도 매일 밤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또 공부를 하는 꿈을 꾼다.

이런 안타까운 민경이의 소식을 전해들은 민경이네 학교에서는 민경이를 돕기 위해 모금 활동을 하고 단체 헌혈을 하는 등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1억원에 육박하는 입원비와 수술비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민경이의 어머니 임성희 씨는 “진통제를 거부하는 민경이를 볼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며 “민경이가 예전처럼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노수정 기자 nsj@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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