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사쿠라바 가즈키 글|김난주 옮김
재인|456쪽|1만3800원.
‘당신은…, 당신은 사랑이란걸 해 보았나요?’
연애 소설과 범죄 소설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15년에 걸친 사랑의 행적을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필치로 그려낸 소설 ‘내 남자’가 출간됐다.
홋카이도 남서쪽의 작은 섬에 살던 초등학교 4학년 소녀 다케나카 하나는 마을을 덮친 해일로 가족을 모두 잃게 된다.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 하나의 유일한 친척이라는 스물일곱 살의 청년 준고가 찾아오는데….
해서는 안 될 가장 처절하고도 슬픈 사랑을 그린 이 소설에서 작가는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무엇이며 선과 악의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제138회 나오키상 수상작을 거머쥔 이 소설은 연애 소설과 범죄 소설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15년에 걸친 사랑의 행적을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필치로 그려 낸다.
소설의 저자 사쿠라바 가즈키는 “이 소설의 냄새와 색채를 재현하기 위해 나는 어둠의 세계에 푹 빠져야만 했다.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어 며칠이고 식사를 할 수 없었고 잠도 잘 수 없었다”고 집필 당시를 회고한다.
내 남자의 이름은 구사리노 준고. 주인공 다케나카 하나의 양아버지다.
15년 전 홋카이도 남서해에 일어난 해일로 온 가족을 잃은 초등학교 4학년의 어린 하나를 먼 친척인 그가 양녀로 삼았다. 둘의 나이 차는 불과 열여섯. 첫 문장에서 느껴지는 비오는 날의 눅눅한 분위기.
그 속에서 스며 나오는 달콤하면서 관능적이고 불길하며 퇴폐적인 느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하는 듯하다.
반사회적,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 최고의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배경에는 이 소설의 탁월한 문학성과 작품 전체가 가지는 존재감이 자리하고 있다.
한 심사위원은 “사쿠라바 가즈키는 인간 존재가 가지고 있는 독과 꿀을 아는 작가다. 상당히 농밀한 인간의 존재감을 표현한 부분에서 작가로서의 재능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 밖에 ‘더러운 늪에서만 피는 아름다운 꽃과 같은 소설’, ‘한 문장 한 문장 모세 혈관과 같은 피가 통하고 있어 하나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광기로 가득한 사랑에 선도 악도 그 경계를 잃어버렸다’와 같은 찬사가 쏟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