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끊는’ 주민들 ‘귀막은’ LH…고등동, 봄날은 오나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 재조정을 선언하면서 촉발된 수원 고등지구 사태가 해가 넘도록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치계 등을 중심으로 사태 해결을 촉구한데 이어 지난 8일 오전 김용서 수원시장도 성남 분당 LH본사를 방문, 고등지구 사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고등지구 일부 주민들은 LH경기지역본부 앞에서 1인 단식 농성을 벌이는 한편 이달 말 대규모 집회를 또다시 계획하고 있어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 LH, 수원 고등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추진
고등동은 2004년부터 민간 차원에서 뉴타운 건설사업이 추진되다 2006년 12월 정부 차원의 주거환경정비구역으로 고시됐다.
이듬해 9월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대한주택공사(LH공사 전신)는 기존 노후 주택 6천여 가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2012년말까지 임대 및 분양 아파트 4천906가구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LH는 당초 지난해 말 보상계획을 공고할 예정이었으나 올 3월 말에야 보상계획을 공고하면서 올 9월부터 보상하겠다고 했다가 지난 11월 4일 보상변경계획을 다시 공고하면서 보상시기를 11월 중으로 변경했다.
◆ LH, 사업 돌연 재검토, 해당 주민들 반발
LH가 재정여건 악화로 전체 사업에 대한 사업조정에 들어가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시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되면서 2004년부터 골목 포장이나 하수도 정비 등 기반시설 개선공사를 중단했고 2006년에는 개발행위 허가 제한지역으로 묶어 주택 개보수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비가 오면 하수도가 역류해 냄새가 진동하고 지붕과 담이 허물어지면서 슬럼지구로 변했다.
특히 이 지역 주민들은 보상공고 후 융자를 받아 세입자를 내보내고 잇따라 집을 옮기고 있다. 대부분 계약금만 내고 잔금은 보상금으로 지불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또 가옥주가 떠난 집에는 중국 동포들이 세들면서 영세 외국인 집단거주지로 전락했고 그나마 남아 있던 가옥주들도 지난 9월 보상일정에 따라 전세를 얻어 이주할 채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 1인 시위에서 집단 시위 계획 일파만파
고등지구 보상비 지급이 수 차례에 걸쳐 지연되면서 주민들이 단식 농성에 들어가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이달 말 성남 분당 LH본사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고등지구주민대책위원회 소속 안희정씨는 지난 달 25일 밤부터 LH경기본부 앞에서 밤샘 1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안 씨는 “LH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주민들은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조만간 주민들과 함께 LH 본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 김용서 수원시장, LH방문 긴급 간담회
김 시장은 지난 8일 이른 아침 성남 분당 소재 LH본사를 방문, 관계자들에게 고등지구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동안 해당 지역구 시의원 등을 중심으로 시의회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답보상태에 머무르자 김 시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김 시장은 이날 LH의 일방적인 사업 재조정으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큰 만큼 하루 빨리 해결점을 찾아야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LH에 지속적인 보상 건의를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는 만큼 하루 빨리 사태가 해결되도록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