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내 잇따른 산사태 참사 ‘人災’ 제기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경기지역에 내린 폭우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산사태는 사실상의 인재(人災)였다. 사전 예방을 위한 ‘예측 시스템의 부재’와 함께 무사안일한 ‘주먹구구식 개발’에 따른 사후관리로 인해 더욱 화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사태가 발생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역이 각종 개발에 따른 절개지 경사면에서 중점적으로 발생한데다, 폭우가 이어졌지만 산사태 위험을 사전에 알리고 대피하도록 하는 ‘산사태 위험 관리시스템’ 역시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인명피해를 더욱 키웠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산사태 발생에 따른 예측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 산사태로 도내 16명 숨져= 이번 폭우로 3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지역은 산사태 사고가 이어지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경기도안전재난대책본부는 28일 남양주 6건, 파주 5건, 가평·의정부 각 4건, 포천·양평 각 3건 등 도내 31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중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6곳으로 포천 7명, 동두천 4명, 파주 3명, 광주·용인 각 1명 등 모두 16명이 산사태로 쓸려 온 토사에 묻혀 숨졌다.
도내 사망자의 ±60% 이상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 산사태 6곳 중 3곳이 개발 절개지 붕괴=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6곳 중 3곳이 각종 개발에 따른 절개지가 붕괴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28일 오전 10시15분쯤 동두천시 상봉암동의 암자가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면서 암자에 있던 박모(60·여)씨 등 3명이 숨졌고, 김모(11)양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27일 오후 11시30분쯤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에서는 발생한 산사태로 토사가 3층짜리 빌라를 덮쳐 위모(26·여)씨와 위씨의 아들 2명이 숨졌다.
또 앞선 오후 6시20분쯤 파주시 탄현면 금산리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콘크리트 공장을 덮쳐 근로자 이모(48) 등 3명이 매몰돼 숨졌다.
이들 지역은 모두 인위적인 개발에 따른 절개지가 폭우로 인해 지반까지 약해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 산사태 관리시스템 실효성 있나?= 산사태를 예고하는 관리시스템은 도입 6년이 지나도록 체계화되지 못한 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005년 8월부터 산사태 위험지역에 ‘경보’나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피해를 예방하는 산사태 위험지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산사태 발생 우려가 있기 하루 전에 해당 주민들에게 통보되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한 어느 곳에도 이 시스템은 가동되지 않았다.
■ 전문가들 예측 시스템 마련돼야= 전문가들은 산사태 발생에 따른 예측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폭우가 예보됐음에도 지자체에서는 지난해 무너진 곳을 또 방치한 것은 예측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산사태 예방을 위한 국가차원의 예방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박성완 교수도 “관할 지자체는 산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면밀히 밝혀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이번에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산 인근을 또다시 개발할 경우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연·오영탁기자